[단독] "안성일 저작권 지분은 95%"…피프티 피프티, 외부세력의 실체
[Dispatch=김소정·김다은기자] "바비는 하는 게 무조건 좋으니깐…"
6월 9일. 안성일 PD가 영화 '바비' 뮤직비디오 출연을 재촉했다.
전홍준 대표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본인과 팀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 일인 건 맞는데…"
전 대표가 고민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멤버의 건강 문제.
"건강상 문제이니 부모와 본인 오해 안사게 잘 소통해 보세요."
안 PD는 자신이 설득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란이는 제 의견을 잘 듣는 편이니까 아이 상태 좀 보고…"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달 19일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들이 소속사에 문제 삼은 건, 크게 2가지. "정산서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건강 보호 의무를 무시했다".
하지만 '디스패치'가 확인한 사실은 달랐다. 정산은 여전히 마이너스. 건강 상태를 무시한 정황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달 소속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중소 기획사의 기적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먼저, 피프티 피프티의 탄생 과정이다.
◆ 누가 피프티 피프티를 기획했나?
우선, 이 3명을 알아야 한다. 전홍준, 안성일, 그리고 '캠프'.
전홍준 : 어트랙트 대표. 1964년생이다. 조관우, 양수경, 윤미래, 바비킴, 하성운 등을 매니지먼트했다.
안성일 : '더기버스' 대표이자 프로듀서. 가수 제이워크, 은지원, 럼블피쉬 등을 프로듀싱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가수 손승연이 '더기버스' 소속이다.
캠프(KAMP) : 미국에 본사를 둔 공연 제작회사. 다수의 K팝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K씨는 '캠프' 코리아 대표. 안성일은 '캠프' 직원(2019년)으로 일했다.
이들의 인연은 2019년에 시작된다. '캠프 싱가포르 2019'. 캠프가 주최한 K팝 페스티벌이다. 전홍준 대표는 이곳에서 '캠프' 대표인 K씨, 직원 안성일, B씨 등을 만났다.
전홍준 대표는 K팝의 글로벌 위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K대표에게 "글로벌 K팝 그룹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신의 노하우와 캠프의 마케팅을 결합하자는 것.
K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홍준 대표가 걸그룹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저희(캠프)가 해외 마케팅을 돕기로 했죠. 마침 안성일 씨가 프로듀서 출신이라 (어트랙트로) 파견을 보냈습니다. 그때까지 월급은 캠프에서 나갔고요."
2019년 11월, '피프티'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전홍준 대표, '캠프' K대표, 안성일, B씨 (캠프 직원), L씨 (캠프 직원) 등이 글로벌 걸그룹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했다.
◆ 누가 피프티 피프티를 만들었나?
전홍준 대표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말까지 1년 동안 연습생을 모았다. 12명(2020년)->5명(2021년)->4명(2022년). 회사는 월말 평가를 통해 멤버를 압축시켰다.
캠프는 선발 과정에 힘을 보탰다. 해외 파트너들이 2차례 월말 평가에 참여했다. 글로벌 전략 수립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 해외 작곡가를 찾아다니며 곡을 수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캠프의 역할은 2021년 1월까지. 전홍준 대표와 K대표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다. 글로벌 전략이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날 이후, 캠프는 완전히 손을 뗐다.
전홍준 대표는 캠프를 대신할 미국 에이전트를 찾았다. 이때, 손을 든 사람이 안성일.
"저희가 선수입니다!"
2021년 5월, 안성일은 '캠프'에 사직서를 냈다. B씨도, L씨도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더기버스'로 헤쳐모여.
"저희 입장에선 캠프 역할을 해줄 팀이 필요했습니다. 안성일이 '자신이 적임자'라고 했습니다. 캠프와의 연속성을 생각할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안성일과 외주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홍준)
중소 기획사의 기적, 아니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 누가 피프티 피프티를 키웠나?
전홍준 대표와 안성일 PD는 역할을 나눴다. 전홍준 대표는 돈을 구하러 다녔다. 그게 제작자의 일이라 생각했다. 안성일 PD는 트레이닝을 맡았다.
하지만 통장 잔고는 금세 말라갔다. 그도 그럴 게, 걸그룹이 나오기까지 1년 평균 20억 원 이상 든다. 유통사에서 받은 선납금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
"그래도 소속 가수를 기죽이고 싶지 않았어요. 숙소를 강남에 잡아줬죠. 방 3개에 화장실 2개. 월세가 270만 원입니다. 과목 별로 레슨 선생님도 붙여줬어요..." (전홍준 대표)
실제로, 피프티 피프티는 보컬, 음악이론, 랩, 댄스, 영어, 운동, 연기까지 과목별로 레슨을 받았다. 트레이닝 비용으로 매월 2,000~3,000만 원 정도 내보냈다.
뮤직비디오 제작에만 10억 원 넘게 투자했다. 2021년 12월, 커버곡 뮤비 4편을 만들었다. 이를 ICM, 소니뮤직, BGM 등에 보냈다. 이 돈이 1억 2,000만 원이다.
2022년, 1집 수록곡 '하이어', '텔미', '러빙미', '로그인' 등 4곡 모두 뮤비를 찍었다. 제작비만 5억 원 이상 들었다. '큐피드' 뮤비 제작에는 2억 5,000만 원을 썼다.
물론, 안성일 PD가 진행을 주도했다.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심지어, (알려진 대로) 외제차를 팔았다. 시계도 처분했다. 노모의 9,000만 원까지 보탰다.
그렇게, 피프티 피프티는 2022년 11월 데뷔했다.
◆ 누가 피프티 피프티를 띄웠나?
2023년 4월, '피프티 피프티'가 빌보드를 흔들었다. '큐피드'로 빌보드 '핫100'에 진입한 것. 그리고 14주 연속으로 '핫100'에 머물렀다. K팝 걸그룹 최장 기록이다.
중소 기획사의 반란. 이와 동시에 시안 PD가 주목을 받았다. '피프티 피프티'가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감사를 전한 것. 시안(Sung il Ahn), 이것은 안성일의 이니셜이다.
안성일은 '디스패치'에 '큐피드'의 작업 방향을 밝혔다.
"K팝 형태를 띠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K팝 음악이라고 할 수 없는 애매한... 일반 리스너들이 들었을 때 (K팝인지) 잘 모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안성일의 전략은 통했다. 때마침 '이지 리스닝'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여기에 '틱톡'이 톡톡한 공을 세웠다. 한 해외 유저가 '스페드업' 버전을 유행시킨 것.
'피프티 피프티'의 흥행은 누구의 공일까. 안성일은 자신의 역할을 이행했다. 그는 "2000개의 곡을 들으며 노래를 압축했다"며 프로듀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큐피드'는 스웨덴 음악학교 학생(Adam Von Mentzer, Mac Fellnder-Tsai, Louise Udin)들이 만들었다. 안성일은 이 곡을 K팝스럽게 편곡했다.
◆ 누가 피프티 피프티로 돈을 벌었나?
안성일이 2000곡 속에서 진주를 골라낸 건 맞다. 하지만, '큐피드'로 가장 이익을 볼 사람 역시 안성일이다.
'디스패치'는 '큐피드' 저작권자 목록을 확인했다. 안성일(SIAHN) 28.65%, B씨 4%, 송자경(키나) 0.5%, '더기버스' 66.85%. 스웨덴 학생들 이름은 빠져 있었다.
여기서 잠깐, 4월 26일 전홍준 대표와 안성일 PD의 카톡 대화다.
전홍준 : 시안, 저작권료 어마 무시하게 나오겠네요. 축하합니다.
안성일 : 저 소수쩜 지분이라 별거 없어요.
전홍준 : 아이고, 다음부터는 많이 해요. 작사에.
안성일의 소수점은 95.5%(시안 28.65%+더기버스 66.85%)일까.
'디스패치' 확인 결과, 안성일은 지난 1월 스웨덴 대학생들에게 9,000달러를 지불했다. 일명, 바이아웃이다. 한 마디로, 스웨덴 작곡가의 권리를 돈으로 산 것.
물론 바이아웃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안성일이 그 돈을 돌려받았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디스패치'는 '어트랙트'가 지난 3월에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입수했다.
전홍준 대표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당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안성일 PD에게 곡비를 먼저 보내달라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3월에 일부 투자를 받아 '더기버스'에 바로 갚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작권까지 (몰래) 양도받았더군요."
◆ 누가 피프티 피프티를 흔들었나?
전홍준 대표의 실수는, '더기버스'를 110% 신뢰했다는 것. 일례로, 멤버 관리는 '더기버스'의 B씨가 맡았다. B씨는 멤버뿐 아니라, 부모와의 소통도 담당했다.
지난 5월 2일, 아란이 수술을 했다. B씨가 전홍준 대표에게 보낸 카톡.
"대표님 오늘 아란이 수술 잘 했고 병실로 옮겨 회복 잘 하겠다고 합니다. 현재로서는 수술 경과는 좋으나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여 지속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란이 회복 기간 동안 (다른 멤버에게) 휴식기를 조금 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5월10일~5월 28일. 5월 28일에 숙소로 복귀하는 일정으로 하고자 합니다" (B씨)
전홍준 대표는 처음에는 일주일 휴가를 제안했다.
"너무 길어요. 사고 나면 어쩌려고요. 일주일만 휴가 주시고 복귀. 난 안전에 대한 만일의 사고가 염려됨. 일주일만 주세요. 복귀 후 자기 계발 시간. 외부인사 초청특강, 미국 역사 문화 등등" (전홍준 대표)
"네 대표님 저도 같은 부분에 고민이 됐으나 멤버들과 부모님들의 요청도 있으셨고. 또 아란이는 2주 이상 쉬는데 본인들은 일주일만 쉬는 것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안 대표께서 우려하셨습니다." (B씨)
전홍준 대표는 B씨의 제안에 수긍했다.
"그럼 25일 복귀! 26일 오후 3시~5시까지 특강 미국" (전홍준 대표)
전홍준 대표에 따르면, 멤버들의 건강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B씨가 잘 관리하겠다고 해서 믿고 맡겼다. 너무 믿었던 게 화근이 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연습실에 가겠다고 하면, (B씨가) '멤버들이 불편해한다'고 했습니다. 연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는데... 저도 얼마나 보고 싶었겠습니까?"
전 대표는 탄식했다.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사정을 전할 방법이 없다. 멤버들과의 소통 창구는 '더기버스'.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전홍준 대표는 오는 5일, 법원에 간다.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소송. 그간의 일들을 말할 곳이, 지금은 법원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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