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우대정책도 폐지하라"…美하버드대 레거시 입학 '뭇매'
"레거시 지원자의 70%가 백인…입학 비율도 높아"
매사추세츠주 등 각 주의회서도 폐지 움직임 일어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주 미국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 이후 미 하버드대의 레거시(legacy) 입학 제도가 뭇매를 맞고 있다. 한때 레거시 입학은 소수인종 우대정책과 대칭을 이루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레거시 입학은 대학 동문 자녀 또는 기부금 납부시 입학을 우대하는 제도로, 하버드대 외에도 상당수 미국 대학들이 대학 입시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레거시 입학 제도가 백인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며 유색인종들을 차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경제연구국(NBER) 분석에 따르면 레거시 입학 지원자의 약 70%가 백인으로 평균 40%보다 높게 나타났다. 레거시 입학 지원자는 비(非) 레거시 입학 지원자보다 입학 가능성이 5배 이상 더 높았다.
WSJ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높은 합격률에도 불구, 레거시 학생들의 입학 자격이 평균보다 낮으며 성적도 약간 더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 측은 분석을 인용해 “하버드대는 기부자 및 레거시 선호도를 이용하는 백인 학생들의 입학을 주로 허용하며, 그 결과 백인이 아닌 지원자들은 배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하버드대의 입학 관행을 조사하고, 연방 기금을 계속 지원받고 싶다면 레거시 제도를 포기하도록 명령할 것을 요청했다.
하버드대는 레거시 입학 제도와 관련해 이미 학교가 위치한 매사추세츠주에서도 어려움에 처해있다. 올초 매사추세츠주 국회의원들은 대학 지원자에게 레거시 또는 기부자 우선권을 줄 경우 해당 대학들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도입했다. 법안에 따르면 조기입학 제도 중 하나의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는 얼리 디시전(early decision)을 사용하는 대학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주게 되는데, 이 역시 부유한 학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사이먼 카탈도 민주당 하원의원은 하버드대가 약 1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벌금은 매사추세츠주 커뮤니티 컬리지 지원에 사용된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하버드대는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 위헌 판결 이후 레거시 입학 제도 폐지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대법원의 위헌 판결 직후 대학들이 레거시 제도가 기회 대신 특권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바바라 리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도 지난주 트윗에서 “백인들을 위한 우대정책은 아직 존재한다. 바로 레거시 입학”이라고 지적했다.
레거시 입학에 대한 비판은 지난 2003년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관행 폐지 법안을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에는 미국 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옹호함에 따라 레거시 입학 제도가 그에 대한 균형추로 여겨져 입법되지 못했다.
케네디 상원의원의 교육정책 고문이었던 마이클 다넨버그는 대학들이 레거시 및 얼리 디시전 지원자들을 입학시킴으로써 부모들이 학교에 기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재정지원 필요성을 낮추어 재정적 이익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코네티컷주 의원들은 공립 및 사립대학의 레거시 입학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제레미아 퀸란 예일대 입학처장은 해당 법안이 침해라면서 의회에 “코네티컷의 공립 및 사립 고등교육기관의 학업 의사결정에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자제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1년 콜로라도주는 공립대학의 레거시 입학을 금지한 최초의 주가 됐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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