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매도 시세조종 적발…비효율 감시 구조는 문제[공매도 주가조작 의혹③]

우연수 기자 2023. 7. 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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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공매도 시세조종범 첫 적발 성과
포렌식 권한도 없는 금융당국 한계..."공매도 뒤에 숨은 외국인, 찾기 어려워"
전문가들 "진화하는 주가조작 기법에 맞춰 금융당국 구조 효율적으로 바꿔야"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매도에 대한 불신이 크다.

금융당국이 최근 처음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시세를 조종한 세력을 적발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시장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날로 진화하는 주가조작 세력을 적시에 적발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주가조작 적발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현재의 감시 시스템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의 무차입 공매도 첫 포착…시장 의혹 맞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의혹을 제기해 온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 정황을 처음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빌린 주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발하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가를 하락시키기 위해 스와프 거래를 이용한 불법 공매도 혐의와 악재성 공시 전 해당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한 불공정 거래 혐의가 포착됐다. 이 중 일부 혐의자는 무차입 상태에서 고의로 매도 주문을 내 매매 차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실수나 착오에 의한 불법 공매도 제재는 꾸준히 있어왔으나 시장에서 제기하는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는 주가 하락을 유발한 뒤 공매도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을 적발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전까지 제재가 완료된 불법 공매도들은 대부분 고의가 아닌 착오나 실수에 의한 것들이었다.

시장에서는 적발된 것은 소수일 뿐, 이 같은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공매도 연루 불공정거래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례없는 인력과 조직을 투입해 공매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금융감독원은 공매도만 잡는 공매도조사팀을 자본시장조사국 밑에 신설하고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테마·유형에 대한 기획조사를 집중 실시하고 있다. 공매도조사팀은 지난해 검찰 출신 이복현 원장이 취임하면서 신설됐다. 인력도 다른 조사팀 인력의 두배 규모인 8명으로 꾸려졌다.

금감원 조사팀 관계자는 "처음으로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도 적발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공매도 불공정거래 조사 기법 노하우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적발하지 못했다 해서 없다고 단정짓지 않고, 계속해서 조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렌식도 못하는 금융당국..."비효율적 구조, 일원화된 조직으로 바꿔야"

현행 불법 자본시장 조사 업무는 한국증권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이 맡고 있다. 거래소에서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상 매매를 감지한다. 모니터링 결과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으로 통보가 가고, 금감원에서 조사한 결과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 상정돼 제재가 확정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조사단이 따로 있다. 이 조직은 검찰, 금감원 등으로부터 인력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금감원 조사국과 다른 점은 제보 등을 통한 자체 인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라덕연 사태 때 제보는 이 금융위 산하 자조단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금감원에는 특수 경찰로 불리는 '특사경` 조직이 따로 있다. 이 조직은 검찰에서 지시하는 사안을 조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또 금융위에도 이 '특사경'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중첩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는 근본적으로 금감원이 민간 조직이기 때문이다. 민간에게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에 이를 지휘하는 조직이 중복적으로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런 조직이 서로 정보 공유가 안되다 보니 주가조작범을 잡는데 많은 시일이 걸린 게 된다는 데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 이런 감시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며 "어떤 기관이 됐든, 중요한 것은 주가조작범을 신속하게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관간 복잡한 업무 분장 때문에 정작 금융당국 일부는 반드시 가져야 할 권한 조차 없다. 공매도 뒤에 숨은 외국인을 찾기 위해,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더 집중된 권한이 필요한데 금감원은 혐의자의 휴대폰이나 PC를 들여다 볼 포렌식 권한이 없다.

금감원 조사국 관계자는 "공매도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한 종목, 악재 정보 공시가 있는데 그 전부터 미리 공매도가 늘어난 종목 등 하나하나 대상을 추려 들여다 본다"며 "100개에서 50개로, 50개에서 10개로 추려가는데 그 중 10개가 다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맨땅에 헤딩식으로라도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형 외국계 증권사를 많이들 의심하는데 거긴 창구일 뿐이고 그 뒤에 수많은 외국 펀드들이 있다"며 "실제 의사결정을 한 주체를 따라가 보면 한명이 아니고 여러명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꼬리를 물고 주체를 찾고 확인하고 실패(혐의없음)하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과거 증선위에 있으며 각종 조사 제재 건을 봤던 한 관계자는 "똑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를 사실상 금융위, 금감원이 다 갖고 있어 비효율성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금융당국이 유관기관 간 협력, 원보이스(하나의 목소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일원화된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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