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전설’ 장미란, 한국체육 번쩍 들어올릴까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2023. 7. 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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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만에 나온 30대 정부부처 차관에게 많은 기대
역대 국가대표출신 차관 박종길 최윤희는 빛 못봐
현장경험 살릴수 있도록 각계의 협조 지원 아쉬워

‘역도 전설’ 장미란(39)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3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임명장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임명장을 건네면서 선수 시절 장미란의 우람했던 체격을 의식했음인지 “길에서 만나면 몰라보겠네”라고 관심을 보였다.

장미란은 국가대표선수 출신으로는 ‘사격의 달인’ 박종길(77)과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56)에 이어 세 번째로 문체부의 체육, 관광 담당 차관에 발탁됐다. 장미란은 1983년 10월 9일생으로 만 39세에 정부 부처 차관직에 올랐는데 이는 1977년 서석준이 39세 나이에 경제기획원 차관에 오른 지 46년 만에 나온 30대 차관이다.

장미란이 2008 베이징하계올림픽 여자 역도 +75㎏ 금메달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News1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30대 장미란 차관이 풍부한 현장경험을 활용해 한국체육의 활성화에 보탬이 될지, 아니면 박종길, 최윤희처럼 6개월~1년짜리 문체부 차관으로 끝날지 체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미란, 경기력 세계 최고…박사 학위도 소지
체육계는 대체로 장미란의 문체부 차관 기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한 한국 유일의 올림픽 여자 역도 금메달리스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은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땄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4연속 우승해 여자 역도 75kg이상급 세계 최강의 기량을 입증했다.

성실한 품성으로 선수로서 명성을 떨쳤던 그는 2013년 1월 은퇴 이후에도 성신여대에서 체육학 석사, 용인대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땄고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스포츠행정학 석사 학위도 취득하는 등 학업에 매진했고 2016년부터 용인대 체육과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또 2013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 2015년 문체부 스포츠 혁신위원회 위원을 겸임하면서 ‘장미란 재단’을 세워 어린 선수들을 지원하는 등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다.

문제는 ‘체육계의 BTS’로 불리며 체육 현장의 각종 문제 해결 등 다양한 활동이 기대되는 장 차관이 전임 대표선수 출신 차관처럼 재임 기간이 6개월 또는 1년 정도로 짧을 경우, 또 문체부·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의 소관부서 체육 행정직들이 “길어야 1년 정도 근무하다 그만둘 사람”으로 치부하고 신임 차관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는 박종길, 문재인은 최윤희를 차관 지명
국가대표 선수 출신 문체부 차관 1호는 권총의 명사수 박종길이다. 1978년 방콕, 1982년 뉴델리, 1986년 서울 등 3개 아시안게임에서 25m 속사권총 등으로 연속 금메달을 땄던 그는 2011년 1월부터 국가대표선수들의 우상인 태릉선수촌 촌장을 맡아 천직으로 알고 열중했는데 2013년 2월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달 뒤 문체부 차관으로 박종길(당시 67)을 지명했다.

박종길이 박정희 대통령의 밀착경호원으로 근무할 때부터 박종길의 성실함을 익히 알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선수촌으로 전화를 걸어 박종길에게 문체부 차관직을 맡도록 통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종길은 중도 하차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문체부 차관직보다는 선수촌장직을 선호해 고사했으나 박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마지못해 수락했었다는 후문이다. 박종길은 결국 문체부 차관 6개월 만에 개인소유 목동 사격장 명의 문제로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 문체부 차관 2호는 1982년과 1986년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2회 연속 우승의 최윤희다. 그는 1991년 결혼한 보컬리스트 유현상(69)과 함께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다.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최윤희를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체육 산업개발 대표로 기용했다. 이어 최윤희는 2019년 12월 문체부 제2차관으로 임명돼 1년간 차관직을 수행했었다.

하지만 박종길이나 최윤희의 경우 차관 재임 기간이 짧았던데다 아무래도 행정 경험이 직업 공무원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어 이렇다 할 실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

장미란, 자상한 성품…후학 양성에도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시사평론가인 정혁진(55) 변호사는 지난 30일 종편 채널A의 뉴스 탑텐에 출연,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서 가장 잘한 것은 장미란의 차관 기용이다”며 “차기 개각에는 장미란을 문체부 장관으로 기용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평했다.

장미란의 대학원 박사과정을 지켜보았던 김정행(80) 전 용인대 총장은 “장미란은 탁구 세계선수권자인 이에리사(69·전 용인대 기획처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평소 성품이 매우 성실해 용인대 박사과정을 마친 다음 해 바로 교수로 임용됐다”고 말했다.

아시아역도연맹 이사이자 SBS 역도 해설위원인 용인대 체육과학대 이한경(62·한국체육학회 회장) 교수 역시 “장미란 교수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교단에서도 자상한 성격으로 후학 양성에 성심을 다해 많은 제자가 따르고 있다”고 장 차관을 치켜세웠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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