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일본에 있었으면 저렇게 칠 수 없지…” 발언에 日 시끌시끌

백종인 2023. 7.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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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의 한 방송인이 최근 오타니 쇼헤이(28)의 활약상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의 유명 예능인 도쿠미쓰 가즈오(82) 씨는 지난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오타니가 6월 한 달간 홈런 14개(방송 당시)를 몰아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마쓰이 히데키가 2007년에 기록한 것을 넘어섰다. 또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13개)도 제쳤다”라고 평가했다. 오타니는 이후 1개를 더 추가해 6월 홈런 기록을 15개로 늘렸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도쿠미쓰 씨는 “하지만 과연 오타니가 일본에 계속 있었다면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너무 오타니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일본 투수를 상대한다면 절대로 이렇게 칠 수 없을 것이다. 스코어러(원정기록원)들이 철저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일본 야구가 상대방에 대한 분석을 완벽하게 하고, 이를 공략하는데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몰아치기 홈런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소신을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미국 야구는 세계 2위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는 일본 야구”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WBC 우승 이후 여러 차례 이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라디오 프로그램 ‘도쿠미쓰 가즈오의 도쿠모리 선데이’를 진행하는 도쿠미쓰 씨(왼쪽).    유튜브 채널 캡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 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야후 재팬에 실린 각 매체의 관련 기사에도 많게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부적절한 내용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다. 때로는 격앙된 반응도 나타난다. 네티즌의 공감을 많이 얻은 코멘트들이다.

‘일본에서 6년 연속 25개 이상을 넘기던 스즈키 세이야가 미국에 건너가서 부진에 빠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전의 마쓰이 히데키나 아키야마 쇼고 같은 선수들도 메이저에서 일본 시절에 비해 훨씬 처지는 기록을 남겼다. 일본이 더 낫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헛소리다.’

‘말도 안 되는 억지다. 수많은 일본인 타자들이 도전에 실패한 곳이 미국 무대다. 현재 오타니의 성적은 오로지 뛰어난 실력 덕분이라고 인정해야 마땅하다. 괜한 트집으로 대스타의 업적에 흠집을 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일리 있는 말이다. 아마 일본이라면 절대 승부하지 않을 것이다. 유인구만 주다가,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볼넷으로 내보내 타격 리듬을 끊는 방식을 택하겠지. 하지만 이것이 우수한 야구이고,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야구계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재일동포 야구인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씨까지 소환된다. 한 매체는 “도쿠미쓰의 발언은 하리모토를 연상케 한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트집잡기로 보일 뿐이다”라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장훈 씨는 대표적인 독설가로 꼽힌다. WBC 이후로 “미국 야구협회에 야구를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매체는 “메이저리그는 각 나라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국가대항전인 WBC와는 엄연히 다르다. 일본이 이긴 것은 미국 팀이다. 그것도 제한적으로 선발된 대표팀을 상대한 것이다. 그걸 놓고 MLB 전체의 수준을 가늠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일본TV에 아나운서로 입사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 MC로도 활약한 도쿠미쓰 씨는 유명한 야구광이다. 특히 어린 시절 도쿄 6대학 리그에서 활약하는 나가시마 시게오(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의 모습에 감동해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나가시마에게 바치자’고 결심했다는 일화가 잘 알려졌다.

이후 열광적인 요미우리의 팬이 됐다. 전국을 따라다니는 응원단으로 참여했다. 나가시마 감독이 해임됐을 때는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요미우리 신문 구독을 취소하기도 했다. 오 사다하루(왕정치)의 현역 마지막 홈런인 868호를 친 배트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방송 활동 중에는 프로 레슬링 중계와 쇼 프로그램 MC로 인기를 끌었다. 잠시 앵커를 맡기도 했지만 “일본의 국가 예산 5조엔”을 “5엔”으로 잘못 읽어 뉴스에서 하차했다. 이 밖에도 망언 수준의 말실수가 많은 인물로 알려졌다.

은퇴 후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일본 TV 계열의 일본 방송(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도쿠미쓰 가즈오의 가요 선데이’라는 제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발언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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