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스카우트 비리 막으려면 로스터 제도 도입해야 한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7. 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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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K리그 2구단 등록선수 현황(6월23일 현재)



잉글랜드 프로축구는 로스터 제도를 운영한다. 로스터는 시즌에 앞서 정한 선수단 숫자다. 프리미어리그 로스터는 25명이다. 25명으로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FA컵 등을 소화한다. 25명에는 홈 그로운 선수(Homegrown Player), 즉 구단 아카데미에서 육성된 선수가 최소 8명은 의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홈 그로운 8명을 채우지 못하면 전체 로스터도 준다. 2021~2022시즌 리버풀은 홈 그로운 선수가 7명뿐이라 1군 로스터도 25명이 아닌 24명으로 운영해야 했다.

프리미어리그는 25명 로스터와 별도로 U-21 선수를 무제한 보유할 수 있다. 국적, 출신국 등과 무관한 유망주들이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2(21세 이하 프로리그) 또는 성인 하부리그에서 뛴다. 이들은 곧바로 프리미어리그에 뛸 수 있다. A팀 코칭 스태프가 25명 로스터에서 기존 선수를 빼고 U-21 유망주를 넣으면 된다.

한국프로축구는 로스터 제도가 없다. 구단이 뽑을 수 있는 만큼 선수를 뽑는다. 6월 23일 기준으로 제주는 29명, 울산은 30명이다. 전북과 대전 각 46명, 서울 45명, 강원 42명, 대구 42명이다.

로스터 제도가 없다는 데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선수를 영입하기 때문이다. 모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 감독, 고교 감독, 지인 등이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선수들이 다수다. 이들 중에는 프로에 뛰기 부족한 기량을 가진 선수도 있고 잘 키우면 쓸만한 유망주도 있다. 어쨌든 이들이 프로구단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에이전트, 고등 또는 대학 감독, 부모, 프로구단 관계자, 프로 지도자 간에 은밀한 금품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돈 문제뿐만이 아니다. 과도하게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면 실전에 뛰지 못하는 선수가 다수 발생한다.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20세 전후다. 그때 강한 팀과 정기적으로 뛰지 못하면, 아무리 대단한 유망주도 도태하기 십상이다. 프로 지도자들은 내가 안 쓰면 남들도 못써야 한다며 쓰지 않은 선수도 소유하려고 한다. 구단 관계자들도 선수 입단 과정에서 뒷돈을 받았기 때문에 뛰지 못하는 선수라도 방출할 수는 없다. 이렇게 구단 재정은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유망주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면서 시름시름 퇴보하고 있다.

로스터 제도를 만들면 이런 문제들이 많이 해결된다. 예를 들어 1부리그 로스터를 30명으로 정한다고 치자. 그러면 구단, 감독은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을 받아줄 여지가 없다. 뒷돈거래도 줄어든다. 30명에 들지 못하는 선수는 2부로 가면 된다. 2부도 로스터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2부에도 뛰지 못하는 선수는 3부로, 4부로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다. 기량이 부족한 선수, 당장 프로에서 뛰기 힘든 유망주가 하부리그에서 개인 승격을 노리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전북, 대전, 강원, 대구는 B팀을 운영한다. 그 명목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물론 B팀 운영이 유망주를 키우는 차선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B팀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스카우트 과정에서 온갖 의혹들이 제기되고 그중 일부는 사실에 가깝다. B팀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1~4부까지 로스터 제도를 실시해 프로에서 뛰지 못하는 유망주들이 자연스럽게 3부, 4부로 가게 하는 게 맞다. 프로유스 선수들이 3, 4부로 가서 뛰고 자유롭게 프로로 콜업받을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로스터 제도 도입을 검토하다가 포기했다. 이유는 구단 재정 건전화에 큰 보탬이 안 된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로스터 제도가 없어야 유망주를 키운다는 명분을 앞세워 많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은밀한 금전거래도 꾀할 수 있다. 그렇게 받아주는 선수는 연봉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짜 키울만한 유망주는 계약금을 주고 영입한 뒤 계약금 일부를 선수로부터 돌려받기도 한다. 그런데도 로스터 제도가 구단 재정 건전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로스터 제도를 운영하지 않으려고 만들어낸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짓 주장일 뿐이다.

로스터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 그래야 프로구단은 스카우트, 선수 육성, 훈련법, 선수 관리, 경기 소화 등에서 진짜 프로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유망주가 프로행을 전제로 하는 뒷돈거래 없이 하부리그로 가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야 모기업 지원금, 지자체의 혈세가 헛튼 곳으로 새지 않을 수 있다. 선수가 부족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고? 유럽 3관왕 맨체스터 시티는 사실상 23명으로 2022~2023시즌을 치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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