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구금될 위험"…美국무부, 中 여행 재고 권고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관광객들이 중국 자금성을 구경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중국이 이달부터 강화된 방첩법(반간첩법)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부당하게 구금될 위험을 들어 중국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방첩법 시행 직전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업데이트했다. 중국 본토 여행을 재고하라는 종전 권고를 유지하는 한편 자의적 법 집행에 따른 출국 금지 및 부당한 구금의 위험을 추가했다.

국무부는 "중국 정부는 미국 국민을 비롯한 타국 국민에 공정하고 투명한 법적 절차 없이 출국을 금지시키는 등 자의적으로 현지법을 집행한다"면서 "국무부는 중국 당국이 미국 국민을 부당하게 구금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중국에 있는 미국 시민은 현지 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법적 절차 없이 심문과 구금을 당할 수 있다"며 "기업가나 전직 정부 당국자는 물론 학자, 법적 분쟁 중인 중국 시민의 친척, 기자 등 중국에 있는 외국인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구금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국무부는 "중국 정부는 광범위한 문서, 데이터, 통계 또는 자료를 국가 기밀로 간주하고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구금 및 기소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당국은 중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공개된 자료에 접근한다는 이유로 미국 시민을 구금하거나 기소할 수 있으며 중국, 홍콩 또는 마카오에 대한 비판적인 개인 전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미국 시민을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아울러 홍콩에 대해선 여행에 강화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마카오에 대해선 여행을 재고할 것을 각각 권고하면서 자의적 법 집행을 경고했다.

사진=미국 국무부 웹사이트

중국은 이달부터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새 방첩법 시행에 들어갔다. 간첩 행위의 정의가 넓고 모호해 중국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언론인, 학자들을 탄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국무부는 자국민에 권고하는 국가별 여행 경보를 4단계로 나눈다. 위험이 가장 낮은 1단계는 '일반적 주의', 2단계는 '강화된 주의', 3단계는 '여행 재고', 4단계는 '여행 금지'다. 한국의 경우 1단계가 적용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