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안 줘? 우린 원료 안 보내”…中, 반도체 원료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2023. 7. 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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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실상 독점 생산중인 반도체 원료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가해왔고, 네덜란드는 지난 30일 자국 ASML 등이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제한 강화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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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반도체용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다고 밝혔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이 사실상 독점 생산중인 반도체 원료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에 대한 ‘맞불’ 조치로 보여진다.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상무부는 8월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과 그들의 화합물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3일 발표했다. 해당 금속을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하고, 수출 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한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필요 시 수출 허가 검토가 국무원(행정부)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를 비롯해 5G 기지국, 태양광 패널, 레이저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 금속이다. 중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을 포함해 중요한 20개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며 제련과 가공 처리 분야도 지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세계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제재는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업계는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이 희토류와 희귀금속을 ‘맞불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가해왔고, 네덜란드는 지난 30일 자국 ASML 등이 생산하는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제한 강화를 공식화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 주요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한편, 주요 핵심 인프라프로젝트에서 미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

알라스테어 닐 중요재료연구소 이사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보내지 않으면, 중국은 그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통상적으로 미국의 조치와 동등한 수준으로 맞대응 한다”고 밝혔다.

미국 뿐 아니라 압박 동참 요구를 받고 있는 유럽과 한국, 일본 등도 이번 수출 제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닐 이사는 “이번 조치는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업계에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산화갈륨과 질화갈륨도 이번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됨에 따라 한국과 대만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금속은 미국에서 설계되고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이는 한국과 대만에서 만들어진 반도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6일 방중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중국이 이를 협상 카드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더불어 중국이 원자재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나서면서, 첨단기술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서방의 ‘디리스킹(위험 제거)’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폴 트리올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이들 공급망을 무기화하기로 선택하면 대중 의존도를 줄여야하는 미국과 EU, 아시아의 계산이 크게 복잡해진다”면서 “결국 원자재는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최근 수출 규제 요소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세계공공정책연구소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중국의 행동은 중요 자원에 대한 ‘디리스킹’의 위험성을 매우 유용하게 상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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