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표 막장의 흥미로운 진화, '아씨 두리안'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2023. 7. 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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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사진=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

'상상 초월'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작가가 있을까. 매 작품 센세이션을 일으킨 스타작가 임성한(Phoebe)이 새 드라마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탄복하게 만들고 있다. 임성한 작가가 지난달 시작한 TV조선 주말드라마 '아씨 두리안'(극본 임성한, 연출 신우철)으로 달라진 스케일을 과시하며 가공할 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씨 두리안'은 방영 전부터 임성한 작가의 첫 판타지 멜로 드라마라는 소개로 궁금증을 자아냈다. 판타지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았던 전작들에서도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벌이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웠던 임 작가가 작정하고 판타지물을 내놓는다고 하니 과연 어떤 기발한 이야기가 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또 본방송 전 맛보기인 티저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 보란 듯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장세미(윤혜영)가 "어머님 사랑해요,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요"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면서 '임성한 표 매운맛'이 예고됐다. 전작에서도 수없이 세상의 기준을 깨온 임성한 작가가 또 한 번 선을 넘는 이야기로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임성한 작가는 앞서서도 몇 차례나 관습을 거스르는 가족 설정으로 세간의 도마에 오르내린 바 있다. 자매가 한 집안 형제와 결혼해서 겹사돈을 맺는 '보고 또 보고'(1998), 딸을 버린 여자가 그 딸을 며느리로 맞는 '하늘이시여'(2005) 등 방영 당시 "말세다, 말세야~"하며 한탄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은 드라마가 한둘이 아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2021)에서는 아들에게 흑심을 품은 계모를 등장인물로 넣어 기함하게 했다.

사진=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

물론 이번에도 "어이가 없다"는 의견이 적잖다. 요즘은 동성애 소재가 안방극장에서 드물지 않게 다뤄지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과도 아니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사랑한다니 선을 넘어도 많이 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아씨 두리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팬들은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매력을 인정하고, 거부할 수 없는 임 작가의 마법에 빠졌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금기에 도전하는 파격 설정뿐 아니라 특이한 등장인물 작명법, 코미디인가 싶을 정도로 난무하는 당황스러운 장면 등은 임성한 표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여서 오히려 없으면 서운하다고 할 정도다.

이렇듯 팬들의 기대로 충분히 예열된 임 작가의 신작은 베일을 벗자마자 또 한 번 탄성을 터뜨리게 했다. 임 작가의 남다른 세계관이 빼곡히 담긴 대본 구성뿐 아니라 한층 업그레이드된 영상미까지, '아씨 두리안'이 스펙타클 그 자체가 되고 있다. 특히 시대를 초월한 운명의 로맨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삼 로맨스에 진심인 임성한 작가를 알게 되는 놀라움도 맛보게 된다. 

사진=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

'아씨 두리안'은 조선시대 양반집 마님 두리안(박주미)과 그의 며느리 김소저(이다연)가 월식이 있던 밤, 갑자기 2023년으로 타임슬립 해 재벌가인 단씨 집안 별장에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근 방송에서는 리안과 소저가 21세기의 낯선 풍경에 당황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이들을 다시 만난 반가움에 어떻게든 현시대에 살아남으려 하는 모습을 그리며 큰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들 언(유정후)의 생부였던 돌쇠(김민준)와 남편(지영산)이 2023년에는 형제지간이라는 사실에 경악한 리안이 과연 어떤 러브라인을 그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또한, 돌쇠가 그랬듯 현시대에서도 단치감(김민준)은 좋은 사람인 듯하나 이미 유부남이다. 단치감과 단치정(지영산) 두 남자 사이에서 다시 고민하게 될 리안이 어떤 인연을 맺을지, 자신을 옭아매는 양반의 규율과 품행을 던져버리고 21세기형 여성으로 변신해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쟁취할지 두고 볼 일이다. 소저 역시 재벌 3세이자 톱스타로 사는 단등명(유정후)과 새로운 사랑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처럼 '아씨 두리안'은 세월을 뛰어넘어서도 다시 만나게 되는 운명적 로맨스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나아가 절절한 멜로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돌팔매질할 전망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펼칠 요량으로 지난 4회 동안 판을 탄탄히 깔았다. 늘 사랑을 노래하고도 막장 요소만 유독 부각된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멜로물로서 초석을 잘 다진 모습이다.

사진=바른손스튜디오, 하이그라운드]

임 작가의 탁월한 대본과 더불어 임 작가가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난 신우철 PD의 연출력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우철 PD는 '파리의 연인'부터 '시크릿 가든', '구가의서' 등으로 로맨스부터 판타지, 사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스타감독이다. 실력을 입증하듯 임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스케일이 훨씬 커진 '아씨 두리안'을 시쳇말로 '고퀄'로 완성해내고 있다.

결국, '아씨 두리안'은 판타지 로맨스를 통해 간절한 사랑을 강조하려 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가당치도 않았던 아씨와 돌쇠의 연모부터 21세기에도 허들이 높은 동성애를 시어머니와 꿈꾸는 며느리의 과감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했고,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금기에 맞설 만큼 애틋한 사랑을 드라마에 담고 있다. 

어쩌면 임성한 작가는 세상에서 허락되지 않은 사랑에 끝없이 도전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신우철 PD와 만난 이번 드라마가 비로소 날개를 제대로 달고 사랑에 진심인 그 모습을 오롯이 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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