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오염수 전략은 대국민 ‘충격광고’ 기법… 포퓰리스트적 선동정치[Deep Read]
민주당, 괴담과 선전으로 공포 분위기 조성… 민족주의·포퓰리즘과 결합해 국민 위협
공포관리모델 분석 결과 국민적 위협감은 높아지나 이슈 효능감은 떨어져… 민주주의만 후퇴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해안 방류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민주당은 당 안팎의 각종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오염수 방류 위험 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괴담을 통한 공포 조장과 선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괴담 공포에 의한 ‘충격광고’는 포퓰리스트의 전형적인 수법이지만, 손해를 보는 건 국민의 몫이다. 야당이 괴담과 선전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정부가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국민은 불안에 빠진다.
◇충격광고 효과
공포 메시지를 접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뤄볼 수 있다. 하나는 감성에 지배되는 반응, 다른 하나는 합리성이 포함된 복합적 행동 결정 과정에 따르는 방식이다. 진화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의 역사 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에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강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가 위험과 사고에 대한 뉴스에 치중하는 것도 인간의 위험회피 욕구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상업광고에서도 ‘공포가 팔린다’라는 격언에 따라 소비자의 공포 심리를 이용한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충격광고는 때로 효과적인 설득 기법이다. 모든 물건의 표면에는 세균성 박테리아가 숨어 있다는 소독제 광고가 대표적이다. 정치에서 괴담과 공포를 이용하는 선동전략은 주로 감성에 의존한다. 선동은 대중의 편견, 감정, 두려움을 이용하고 때론 민족주의나 포퓰리즘과 결합한다. 역사적으로 전체주의자인 히틀러와 파시즘의 창시자 무솔리니가 선동전략의 전형이다.
선동정치는 최근에도 발견된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은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반(反)이민자 선동전략으로 대중의 분노를 일으켰다. 선동정치가 위험한 것은 전통적인 정치제도나 민주적 규범을 무시하고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감성적인 수사를 사용하는 포퓰리스트가 된다는 점이다.
선동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는, 인간이 사실에 기반한 논리적인 추론보다 직관적이고 감정적 추론을 우선시하는 편향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경향성을 갖기 때문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전략은 포장된 이성과 감정의 교묘한 결합을 통해 주장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선동정치의 전형
오염수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의 대국민 설득 전략은 선동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난 1일 장외집회에서 임종성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느니 차라리 X 먹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수조의 바닷물을 떠서 마시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응이다. 이런 행위들은 국민이 요구하는 오염수 위험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6월 4주)를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한국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 것이 걱정된다는 응답이 78%나 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체 응답자 중 ‘매우 걱정된다’는 답변이 62%에 이르는 건 정부의 ‘안전하다’는 주장이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34%, 국민의힘이 33%인 것은 민주당이 확실한 이슈 소유권을 갖지 못하는 사실을 보여준다.
갤럽 조사 결과를 재구성해 응답자의 우려 수준에 따른 정당 지지도를 보면 민주당은 ‘매우 걱정’을 하는 응답자 중 절반이 조금 넘는 51.9%의 지지를 받았지만 ‘약간 걱정’한다는 응답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의 3분의 1에 그쳤다. 걱정하지 않는 응답자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는 그보다 훨씬 낮다.
오염수 우려가 민주당 지지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복합적 행동 결정 분석 틀을 사용해 보자. ‘공포관리모델(EPPM)’에 따르면 사람들은 위협변수에 따라 행동을 위한 동기를 얻고, 효능변수에 따라 행동을 결정한다. 위협변수는 위협요인이 얼마나 심각한지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며, 효능변수는 해결책의 효과를 기대하며 성공적으로 실행할 자신감을 평가한다.
◇공포 메시지의 효과
위의 표는 갤럽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염수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 의지에 따라 정당 지지 분포를 재구성한 것이다. 표에서 가장 많은 43.4%의 분포 비율을 보인 우상귀 제1사분면은 오염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민주당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지지정당이 없는 경우이다. 좌상귀 제2사분면은 오염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민주당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적극적 태도를 가진 응답층인데, 전체 중 3분의 1 정도에 그친다.
각 사분면을 종합하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민주당이 오염수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지만, 상당수 국민은 민주당 대처 방안을 미덥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오염수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이 국민을 거의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야당은 괴담과 선전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정부는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국민이 불안에 빠진 게 지금의 상황이다.
괴담 혹은 공포에 의존하는 메시지는 늘 정치인을 유혹하기 마련이다. 야당의 괴담 선동에 의한 공포 전략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전문가들의 충고는 이렇다. 첫째, 두려움으로 인해 인식의 변화가 생기게 될 때 위협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를 찾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이러한 정보가 항상 정확하거나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평판이 좋고 편파적이지 않은 여러 정보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미디어를 시청하는 동안 두려움을 느낀다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권장된다.
◇깨시민의 역할
괴담 공포에 의지한 대국민 설득전략은 포퓰리즘에 의존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 오염수 배출과 관련한 과학적 판단이 절실하지만, 어떤 과학적 주장이라도 정치적 잣대에 따라 재단되는 상황에서 선뜻 용기를 내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용어설명
‘충격광고(shockvertising)’는 충격적인 이미지나 내용을 동원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광고.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두려움을 이용해 이성적이 아닌 감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는 광고 기법.
‘공포관리모델(EPPM)’은 공포 호소 모델 중 하나. 공포 소구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위협과 효능감 두 요인을 2×2 매트릭스로 활용. 효능감이 낮으면 방어 동기가 작동해 공포통제가 발생.
■세줄요약
충격광고 효과 : 정치에서 괴담과 공포를 이용하는 선동전략은 상업광고의 충격광고를 연상케 함. 공포전략은 때로 민족주의나 포퓰리즘과 결합함. 역사적으로는 나치와 파시스트 전체주의자가 공포 선동전략을 구사.
선동정치의 전형 : 오염수 관련 민주당의 대국민 설득전략은 공포 선동임. 한국갤럽 조사에서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응답이 78%나 되나 민주당 지지는 34%에 그친 건 확실한 이슈 소유권을 갖지 못함을 보여줘.
공포 메시지의 효과 : 공포관리모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염수 충격광고 전략으로 국민적 위협감은 높아졌으나 이슈 효능감은 떨어져. 공포 선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깨시민의 역할이 중요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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