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4~5명이 죽는다 … 다시 지중해 적시는 ‘난민의 눈물’[Global Window]
정치적 박해·폭력·전쟁으로
작년 세계인구 80명 중 1명
살던 곳에서 강제로 쫓겨나
유럽行 난민선에 목숨 건 항해
올 1분기 최소 441명이 숨져
伊·스페인 등 反난민정서 고조
EU, 불법이민출발지 튀니지에
국경 관리비로 10억 유로 제안
‘1억840만 명.’
지난해 불가피하게 고향을 떠나야 했던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의 수다. 지구 인구수가 80억 명을 돌파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 세계 80명 중 1명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터전을 잃은 셈이다. 정치적 박해, 인권 침해, 폭력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며 그 이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과 함께 전 세계 국경을 잠갔던 빗장이 풀리기 시작하자 열린 틈 사이로 이주민 행렬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늘어난 수만큼 지중해와 대서양에서의 ‘난민 참사’도 잇따르고 있다. 난민을 돈벌이로 생각한 허술한 업체들의 보트에 올랐던 수백, 수천 명이 바다에 수장되거나 열악한 환경, 선내 폭력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게 유럽에 도달해도 극우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입항이 거부되는 등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기도 한다. 일부 국가에서 ‘공생’을 내걸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온 이민자들과 쉽게 섞이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지중해에 흐르는 난민의 눈물=지난달 14일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연안을 지나던 밀입국 난민선 한 채가 침몰했다. 길이 25m짜리 배 안에는 무려 750명이 몸을 붙인 채 탑승해 있었다. 이 중 104명만이 구조됐으며, 82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500여 명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시신이 없어 ‘실종’ 상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1인당 수천 달러를 내고 난민선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파키스탄, 시리아, 이집트, 팔레스타인 등 각기 다른 곳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난민선에 올랐던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이탈리아였다. 하지만 출발한 지 5일 만에 물이 떨어졌고, 결국 소변을 마셔야 하는 비인간적인 상황이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는 헤엄치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저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비극은 거의 매일 반복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부 지중해에서만 유럽행 이주민 중 최소 441명이 숨졌다.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014년부터 집계하면 2만7047명까지 늘어난다. 유럽행을 꿈꾸는 이들이 북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에서까지 쏟아져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2012년 25만400명 수준이던 EU 망명 신청자 수(최초 신청)는 시리아 내전 여파로 2015년 121만69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다가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난민들도 유입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말 기준 우크라이나 난민 수가 570만 명까지 늘었다고 추산했다.
◇이주민 증가에 골머리 앓는 유럽…인종·사회 갈등 촉발도=지난해 1월 기준 EU에 거주하는 비(非)EU 시민은 2380만 명으로 집계됐다. EU 전체 인구의 5.3%에 달하는 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민들의 목적지가 되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자국민들에게 가야 할 자원이나 혜택이 이민자들을 향하고 있다는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반이민·반난민을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정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시칠리아섬 인근 해상에 3주 가까이 머무른 난민선 오션 바이킹 입항을 거부, 프랑스·독일·핀란드 등 12개 EU 회원국이 대신 분산 수용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이주민들을 받아들인 이후도 문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7일 알제리계 이민자 2세 17세 소년 나엘이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이후 대규모 폭력 시위가 3일(현지시간) 기준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은 톨레랑스(관용) 정신 아래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였지만, 이후 인종차별 및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이번 시위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시위는 프랑스어권 도시인 스위스 로잔, 벨기에 수도 브뤼셀 등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각국 대책은=EU는 일단 더 이상의 불법 이주민 폭증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유럽행 이주민 출발지로 꼽히는 튀니지에 10억 유로(약 1조4300억 원)가 넘는 금융 지원을 제안하고 튀니지의 경제난 해결 및 국경 관리·불법 이주민 수색 및 구조 등 작업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프랑스 역시 단속을 강화해 달라며 튀니지에 2580만 유로(369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내건 상태다. 카이스 사예드 튀니지 대통령은 앞서 “튀니지는 앞으로 유럽 불법 이민자의 국경 진입을 막는 지킴이가 될 의사가 없다”며 “앞으로 튀니지의 국경만 지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영국은 망명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영불해협을 위험하게 건너는 대신 보다 안전한 르완다에 정착시켜주겠다는 구상으로, 이미 르완다에 1억4000만 파운드(2300억 원)도 지불했다. 하지만 비인간적 처사라는 인권단체의 비판과 함께 고등법원이 지난달 29일 ‘불법’이라고 판결해 제동이 걸렸다. 보수당 정부가 최고법원에 상고할 전망인 가운데, 이른바 ‘난민 발생국’들의 국내상황 개선에 국제사회가 힘쓰는 등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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