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무덤’서 새 유물···공주 머리카락·비단벌레 장식 말다래 나왔다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공주 머리 꾸밈새
“학제간 협업···신라 문화 연구 획기적 자료 확보”

1500년 전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금동관·금동신발·금은제 장신구 등 최고급 유물이 쏟아졌던 경주시 쪽샘유적의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새로운 형식의 말다래(말을 탄 사람의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린 판), 무덤 주인의 머리카락과 머리 꾸밈새, 당시의 각종 직물 등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 유물은 기존에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과 함께 극히 희귀한 고대 고고학적 발굴 자료로, 신라는 물론 삼국시대의 역사와 생활문화 각 부문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와 과학적 연구·분석을 통해 유례가 없는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를 비롯해 무덤 피장자의 머리카락과 그 꾸밈새, 각종 금동제 장신구에 사용된 여러 종류의 직물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오전 11시, 오후 3시 두 차례에 걸쳐 ‘경주 쪽샘 44호분’의 발굴조사 성과를 총망라하는 시사회를 열었다.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실제 유물과 재현품을 공개하고, 발굴조사 및 갖가지 연구 관련 영상도 소개했다. 또 발굴조사 담당자들에게 관련 내용의 질문과 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사회 과정은 문화재청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chluvu)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이날부터 12일까지 발굴 현장에 있는 ‘쪽샘유적발굴관’에서는 금동관·금동신발 등 보존처리를 마친 발굴 유물들을 출토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해 일반에 공개한다.

새롭게 확인된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는 대나무살을 엮어 만든 바탕 틀(크기 80×50㎝)의 안쪽에 마직물 1장, 바깥쪽에 마직물·견직물 등 3장의 직물을 덧대고 그 위에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나뭇잎 모양(심엽형)의 금동장식과 금동달개(영락) 등을 배치한 형태다.
1점의 날개 장식에 4점의 심엽형 장식이 결합돼 꽃잎 모양을 이루고, 이런 꽃잎 모양 50개가 말다래에 부착된 구조여서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기술의 진면목을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려한 금록색빛의 비단벌레 날개 장식 유물은 그동안 왕릉 등 최고 지배층의 무덤에서만 발견됐다. 특히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말다래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현재 국보로 지정돼 있는 ‘경주 천마총 말다래 천마도’(천마도)는 자작나무 껍질 위에 천마도를 그려 말다래를 장식한 유물이다. 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단은 “2020년 발굴조사 당시 무덤 주인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품 상자에서 비단벌레 금동장식 수백점이 확인됐다”며 “그동안 연구·분석 결과 개별 금동장식이 아니라 말다래의 일부임을 이번에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덤 주인의 머리카락도 이번에 확인됐다. 발굴단은 “발굴 당시 금동관 주변에서 폭 5㎝ 규모의 유기물 다발, 다발을 감싸고 있는 직물 흔적이 발견됐다”며 “과학적 분석 결과 유기물 다발은 머리카락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발굴단은 “신라시대 인물의 머리카락이 이런 식으로 발굴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며 “머리카락을 감싼 직물의 형태를 통해 머리카락 여러 가닥을 한데 묶은 머리모양 꾸밈새까지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직물들도 확인됐다. 금동관·금동신발·말띠꾸미개 등 각종 금동제 유물에 사용된 다양한 직물들이 발견된 것이다. 고대 직물은 보존되기 어려워 미륵사지 석탑·무령왕릉 등 일부에서만 나왔을 뿐 그동안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귀중한 자료다.
무덤 내 금동관 내부에서는 마직물·견직물 등이 발견됐는데 특히 붉은색, 보라색, 노란색 3가지 색실을 사용해 무늬를 만든 최고급의 ‘삼색경금(三色經錦)’도 확인됐다. 금동신발에서는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과 가죽·견직물 등이 확인됐다.
최장미 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관은 “문헌기록에 보이던 ‘삼색경금’이 제대로 된 실물 자료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과학적 분석을 통해 붉은색(홍색)과 보라색(자색)은 각각 꼭두서니와 자초를 염색한 것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 학예관은 “실물 자료로는 최초로 확인되는 직물들이 많아 앞으로 고대 직물 연구, 관련 중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무덤 주인의 키는 150㎝로 추정됐으나 발굴단은 추가 연구에서 목관 바닥 등을 정밀조사해 130㎝ 정도로 훨씬 작은 것을 밝혀냈다. 당초 금동관은 물론 귀걸이·팔찌·허리띠 장식 등 거의 모든 유물들이 작은 데다, 여성의 상징인 작은 손칼까지 있어 무덤 주인은 10세 전후 여성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금동관부터 금귀걸이, 금·은·유리로 정교하게 만든 가슴걸이, 금은 팔찌, 은허리띠 장식, 금동신발 등 대부분의 유물이 금관총·서봉총 등 왕릉급에서만 발견되는 최고급 유물이어서 공주로 여겨졌다. 무덤 내부에서는 또 4명 정도가 순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 쪽샘 44호분’에서는 모두 780여점의 유물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30여점은 무덤 주인인 공주가 실제 착용한 형태로 발굴돼 의미를 더한다. 신라시대 당시 각종 유물의 쓰임새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황인호 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은 “4~6세기 신라 왕족·귀족의 집단 묘역인 쪽샘유적 내의 고분인 쪽샘 44호분의 발굴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5세기 후반에 조성됐으며 무덤 주인은 10대의 신라 공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주에서 10대의 신라 왕자 무덤인 ‘금령총’에 이어 신라 공주의 무덤도 확인된 것이다. 황 소장은 “1350일이라는 기나긴 조사 과정을 통해 신라 특유의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의 봉분부터 내부까지 처음으로 전체를 완전 발굴조사함으로써 무덤의 구조와 축조 공정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보존과학·의류직물학·토목공학·지질학 등 여러 학문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연구 성과가 밝혀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2014년 발굴을 시작한 쪽샘 44호분은 그동안 조사에서 최초의 신라 행렬도를 비롯해 각종 제사 유구·유물이 무덤 밖에서 확인됐고, 무덤 안에서는 수많은 금은 장신구는 물론 바둑돌 등 다양한 종류의 유물이 쏟아져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날 경주 현장을 찾은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여러 의미가 큰 발굴조사였다”며 “특히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굴 성과와 유물의 출토·보존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다양한 체험행사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공유한 점도 뜻깊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여러 의문점들은 앞으로 학제를 뛰어넘는 협업 연구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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