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받고 출동한 집, ‘출생 미신고’ 두 살배기 있었다

가정 폭력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2세 아동의 존재가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前) 남편과 별거 중 만난 남성과 맺은 관계로 생긴 아이였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한 친생부(親生父) 확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출생 등록이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DB

4일 경찰에 따르면,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최근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40대 친모 A씨와 50대 친부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오전 5시쯤 천안시 동남구 대흥동의 한 가정집에서 “술을 마신 남편이 저와 아이를 때린다”는 A씨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인적사항을 물었다. 그러자 A씨는 “실은 아이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라 주민등록번호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확인한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전 남편과 수년째 별거하던 중 B씨를 만났고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인 2021년 1월 C군을 낳았다. 전혼(前婚)이 종료되기 전 다른 남자와 관계를 통해 아이를 낳은 것이다.

A씨 부부는 그 뒤 C군의 출생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지자체에서는 친부가 B씨라는 것을 입증하라며 보완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민법 제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A씨 부부는 그러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C군은 태어난 지 2년 5개월째인 현재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다. C군은 평소 B씨가 집에서 돌봐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친부인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이지만, 생업이 바쁜 부부가 관련 자료 제출 이행을 미뤄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찰은 C군의 건강이 양호하며 평소 신체적 학대 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필수인 결핵, B형 간염, 홍역, 수두 등 백신 무료 예방접종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친부 B씨의 가정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입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