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영화 ‘바비’ 상영 금지···“중국측 구단선 사용”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과 마찰
베트남이 중국의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반영했다는 이유로 영화 <바비>의 상영을 금지했다.
4일 로이터통신·뚜오이쩨 등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 정부는 영화 <바비>에 중국이 임의로 설정한 남중국해(동해) ‘구단선’이 등장한다며 상영 금지를 결정했다. 해외 영화의 라이센스와 검열을 담당하는 비 끼엔 타인 영화 담당 국장은 “우리는 이 영화가 베트남에서 개봉하는 것에 대한 라이선스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단선은 남중국해에 중국이 ‘U’자 형태로 점을 이어 그어놓은 가상의 선이다. 중국은 그 이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왔다. 2016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베트남은 그동안 중국의 구단선 주장을 담은 영상물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지난해 3월 톰 홀랜드 주연 <언차티드> 역시 같은 이유로 상영 금지됐으며, 2021년 7월 넷플릭스 드라마 <파인갭>도 베트남의 항의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2019년 10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어바머너블>은 개봉 10일 만에 상영 중지됐다. 당시 베트남은 배급사에 벌금 1억7000만동을 물리고, 심의를 부실히 한 담당자들을 문책하기도 했다.
다만 정확히 <바비>의 어느 장면에 구단선이 등장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바비>는 인형 바비가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이 참여했으며 배우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았다. 베트남에선 21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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