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음원차트 톱10, 남자가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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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을 앞세운 걸그룹이 '팬덤'을 등에 업은 보이그룹을 넘었다.
톱10 중 8곡이 걸그룹의 노래였다.
올해 상반기 차트의 경우, 톱20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보이그룹 세븐틴의 유닛 그룹인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가 15위로 체면치레했다.
톱10에 포진된 걸그룹의 노래 8곡 모두 댄스로 분류되고, 톱20으로 범위를 넓혀도 13곡이 댄스 장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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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10 중 8곡이 ‘댄스 걸그룹’
뉴진스 ‘디토’ 80일간 1위
옛 인기곡 강세, OST는 퇴조
찰리푸스 팝송도 8위에 올라
‘대중성’을 앞세운 걸그룹이 ‘팬덤’을 등에 업은 보이그룹을 넘었다. 또한 경기 침체 속 음악으로나마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기분 전환을 꾀했던 대중은 압도적으로 ‘댄스’ 음악을 선택했다. 2023년 상반기 음원차트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걸그룹 천하…톱10 중 8곡 차지
문화일보가 인공지능(AI) 음악 플랫폼 기업 지니뮤직에 의뢰해 2023년 상반기 음원 차트 빅데이터를 도출한 결과, ‘여풍(女風)’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톱10 안에 국내 남성 가수가 부른 노래는 단 한 곡도 없었다.
여성 돌풍은 데뷔 2년 미만인 신인 걸그룹이 주도했다. 톱10 중 8곡이 걸그룹의 노래였다. 뉴진스가 ‘디토’(1위)를 비롯해 ‘하입 보이’(2위), ‘OMG’(4위), ‘어텐션’(9위) 등 총 4곡을 톱10에 진입시켰다. 특히 ‘디토’는 지니뮤직 실시간 차트에서 1435시간 동안 1위 자리를 점유하고, 일간 차트에서 80일간 정상을 차지했다.
아이브는 ‘I AM’ ‘애프터 라이크’ ‘키치’ 등 총 3곡으로 5∼7위를 석권했다. 지난해 상반기 두 곡이 톱10에 포함된 데 이어 2년 연속 쾌거다.
그리고 르세라핌이 ‘ANTIFRAGILE’로 10위에 올라 걸그룹의 노래가 톱10 차트를 장악했다. 3위 역시 가수 윤하가 부른 ‘사건의 지평선’이었다.
8위는 팝가수 찰리푸스가 부른 ‘I Don’t Think That I Like Her’였다. 반면 국내 남성 가수는 단 한 팀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앨범 판매량에서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는 보이그룹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팬덤 안에서만 회자되는 난해한 콘셉트로는 범대중의 마음을 얻는 데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위와 비교하면 박탈감이 더 크다. 2022년 상반기 음원 순위 톱10을 보면 6곡이 남성이 부른 노래였다. 멜로망스(1·7위), 임영웅(3위), 소코도모(5위), 빅뱅(6위), 이무진(8위) 등이 포진됐지만 올해는 그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차트의 경우, 톱20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보이그룹 세븐틴의 유닛 그룹인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가 15위로 체면치레했다.
◇댄스곡·과거곡 강세…2023년 신곡은 톱100 중 17곡 불과
장르별로는 ‘댄스’가 압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톱100 안에 무려 30곡이 진입했다. 톱10에 포진된 걸그룹의 노래 8곡 모두 댄스로 분류되고, 톱20으로 범위를 넓혀도 13곡이 댄스 장르였다. 이는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인 걸그룹의 노래들이 대부분 댄스곡이었기 때문에 그에 비례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반면 TV 콘텐츠를 통해 소개된 후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던 드라마 OST나 경연 프로그램 발표곡은 퇴조 기미를 보였다. 드라마 OST의 경우 ‘사랑인가봐’(13위), ‘사랑은 늘 도망가’(22위), ‘너의 모든 순간’(33위), 랩·힙합송은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의 ‘새삥’(17위), ‘쇼미더머니11’의 ‘낫 소리’(27위) 등 톱50 안에 각각 3곡, 2곡을 진입시키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이 중 올해 방송된 드라마나 예능은 없다. TV 영향력 저하가 음원 파워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과거 인기곡들의 힘은 커졌다. 상반기 톱100 중 2023년 출시된 노래는 1위인 ‘디토’를 비롯해 17곡에 불과하다. 2022년 발표된 노래가 톱100 중 50곡을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았다. 톱100 중 출시된 지 가장 오래된 노래는 2003년 발표한 영화 ‘국화꽃향기’의 OST인 ‘희재’(69위)였다.
이해일 지니뮤직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계열의 듣기 좋고 부르기 쉬운 걸그룹의 댄스곡들이 높은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이는 경제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댄스곡에 수요가 몰리던 트렌드와 맞물린다”면서 “최신곡을 습득하기보다는 과거 좋아하던 노래를, 보다 친숙한 노래를 찾아 듣는 경향 역시 이런 흐름과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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