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세계

서울문화사 2023. 7.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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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가 자동차 22대를 이끌고 서울 DDP에 도착했다. 페라리 전시회 <우니베르소 페라리> 개최를 위해서다. <우니베르소 페라리> 는 이름 그대로 ‘페라리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페라리가 꿈꿔온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페라리의 어떤 점이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걸까? 페라리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엔리코 갈리에라를 만나 질문을 건넸다.
페라리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엔리코 갈리에라.

미하엘 슈마허의 F1 레이싱카부터 로마 스파이더까지, 아주 특별한 페라리 22대가 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 있나요?

사실 오늘 모인 차들은 전부 주인이 있습니다. 한 대만 꼽는다면 다른 분들이 섭섭해하겠죠.(웃음) 이렇게 곤란할 때면 저는 페라리 창립자의 말을 빌리곤 합니다. ‘최고의 페라리는 다음에 나올 모델이다.’ 그런 점에서 저는 로마 스파이더를 꼽겠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페라리 임원은 어떤 차를 탈까 궁금했습니다.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일단 저를 비롯한 모든 임원은 페라리를 구입할 수 없습니다. 저희 고객들은 차를 받기까지 2~3년을 기다립니다. 페라리 임원 때문에 고객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되죠. 다만 원하는 모델은 언제든지 탈 수 있습니다. 경쟁사 모델과 비교해야 하니까요.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복지네요. 그러면 만일 한국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른다면 어떤 차를 타시겠어요?

역시나 로마 스파이더를 타겠습니다. 페라리의 최신 모델이니까요. 한국에는 산, 바다, 아름다운 시골길이 있는데 아시아에서 이 정도의 환경을 갖춘 나라는 드물어요. 풍경에 따라 지붕을 열고 닫으며 페라리를 모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입니다.

페라리의 스파이더 모델은 대부분 쿠페 버전 이후에 공개됐습니다. 최근에는 296 GTS, 로마 스파이더가 그랬고요. 페라리 디자이너는 처음부터 스파이더 버전을 고려하며 작업하나요?

대부분 쿠페 모델을 개발할 때부터 스파이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죠.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중에 스파이더 버전을 제작할 때 과정이 훨씬 복잡해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페라리가 스파이더 버전을 출시하진 않지만 잠재적인 가능성을 늘 중요하게 여깁니다. 로마 스파이더가 대표적입니다. 3년 전 로마 출시 당시에는 포르토피노 M이 있었기에 스파이더 버전 출시 계획이 없었어요. 스파이더 버전의 잠재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로마 스파이더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나요?

F12, 599는 한정판 모델을 제외하면 스파이더 버전을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812 GTS가 특별하죠. 812 GTS는 50년 만에 등장한 V12 스파이더 모델입니다. 그전까지 모든 V12 페라리는 쿠페로만 출시됐어요.

페라리는 고객이 원하면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를 만들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812 GTS, 로마 스파이더 역시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인가요?

맞습니다. 전 세계 페라리 고객은 오래전부터 V12 스파이더 모델을 요구해왔습니다. 페라리는 높은 완성도를 구현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합니다. 그럼 디자인 팀에서 초안을 작성하죠.

푸로산게 스파이더를 기대하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 여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웃음) 저는 마케팅 책임자로서 미래를 확정 짓는 말씀은 잘 안 드립니다. 인생이 그렇듯 회사도 언제든지 계획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한국은 <우니베르소 페라리>가 열린 아시아 최초의 나라입니다. 꼭 한국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실 페라리는 한국에서 비교적 낯선 브랜드에 속합니다. 한국에 정식 진출한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반면 페라리가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된 지는 70년 가까이 됐죠. 그 때문에 한국에서는 페라리가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할 기회와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별개로 한국 시장은 특별한 지점이 많죠. 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디자인과 성능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워요. 그런 점에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우니베르소 페라리>를 개최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마다 선호하는 모델도 확실히 다르겠네요.

한국에서는 클래시케 모델들이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엄청난 인기가 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페라리가 한국에 늦게 들어왔기 때문이죠. 한국 고객의 특별함은 이번 전시장에 소개된 테일러메이드 모델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모두 한국 오너들의 차인데 색상 조합이 아주 우아하고 독특해요. 차도 패션과 마찬가지로 여러 디테일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팬들의 취향은 대단히 탁월하죠.

<우니베르소 페라리>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된 로마 스파이더.
2006년 미하엘 슈마허가 탔던 F1 레이싱카 248 F1.
푸로산게에 탑재된 6.5L 자연흡기 V12 엔진.
2018년 르망 24시에서 최초 공개된 488 피스타 필로티.

페라리 하면 색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도로에는 검정 혹은 흰색 차가 절반 이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고객이 페라리를 구입할 때 유독 선호하는 컬러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어제 다른 브랜드의 딜러사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색상을 물었더니 “블랙 앤 화이트”라고 하더라고요. 15년 전만 하더라도 페라리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색상은 레드였습니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요. 50~60%는 빨간색이었죠. 지금은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빨간색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요. 그간 페라리 디자인은 한층 더 우아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맞춰 블루, 그린, 브라운 계열의 색상이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스포츠카 라인업에서는 빨간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니베르소 페라리>는 일반 대중에게 단 하루밖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비용이 들었을 텐데 그에 비해 전시 일정이 무척 짧아 의아했어요. <우니베르소 페라리>의 목적과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 장소에서 페라리의 역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경험.’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우니베르소 페라리>는 2019년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마라넬로는 페라리 본사가 있는 곳이니까요. 공장부터 박물관까지 페라리에 관한 모든 것이 있는 도시인데 왜 굳이 <우니베르소 페라리>를 마라넬로에서 개최하냐고 질문할 수 있죠. 그럼에도 많은 관람객이 “이렇게 많은 페라리를 한꺼번에 보는 건 처음이다”라는 반응이었어요. 사실 마라넬로는 접근성이 좋은 도시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차들을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로 했죠.

오늘 로마 스파이더가 공개됐습니다. 이 차를 타고 일주일간 여행을 한다면 어디를 가시겠어요?

많은 도시가 있지만 토스카나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실제로 많은 페라리 오너가 토스카나 지방에 집을 구매하고 차를 보관합니다. 이탈리아에서도 특히 길이 아름다운 곳이죠. 음식과 와인이 뛰어나고요. 페라리는 컬렉터를 위해 매년 ‘카발케이드 클래시케’라는 이벤트를 엽니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요. <우니베르소 페라리>도 마찬가지이지만 ‘페라리는 단순히 자동차만의 브랜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로마의 슬로건인 ‘새로운 달콤한 인생(la nuova Dolce Vita)’에 걸맞은 코스네요.

페라리를 모는 즐거움이 반드시 서킷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성능을 100% 즐기고 싶다면 트랙으로 가야죠. 공도에서는 페라리의 한계치까지 몰아붙일 수 없으니까요. 이를 위한 독자적인 드라이빙 플랫폼도 운영 중입니다. 페라리 오너는 트랙을 바꿔가면서 차를 몰고 싶어 해요. 그래서 실버스톤, 몬차, 피오라노 등 전 세계 유명 서킷에서 차를 운전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페라리 역시 전기화를 선언했습니다. SF90과 296GTB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고요. 반대로 푸로산게에는 V12 6.5L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습니다. 그 이유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페라리 고객 대부분이 원한 차는 ‘온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페라리’였습니다. 푸로산게를 개발하기로 결정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V12 엔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V12는 페라리의 상징적인 엔진이죠. 오너의 요구와 별개로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V12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페라리는 다양한 기술에 투자를 합니다. 내연기관 엔진, 전기 파워트레인 중 단 하나만을 선택하지 않아요. 그것이 페라리의 전략입니다. 우리가 택한 것을 고객한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앞으로 나올 페라리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거죠. 물론 지속가능성도 중요합니다. 그 첫 번째 목표는 203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이루는 겁니다.

실제로 푸로산게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파워트레인이었죠.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푸로산게를 이탈리아 라야티코에서 처음 발표할 때였어요. 보통 신차 발표할 때면 관중은 프레젠테이션이 다 끝난 후에 박수를 칩니다. 푸로산게 발표 현장에서는 도중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제가 푸로산게에 V12 엔진을 탑재했다는 말을 했을 때예요. 그 순간 현장의 모든 분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어요. 그렇게 뜨거운 반응은 처음이었습니다.

페라리에도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다른 경쟁 모델을 제쳐두고 페라리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쟁자가 있다는 건 축복이죠. 경쟁을 통해서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직접 언급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슈퍼카 시장에는 훌륭한 차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럼에도 페라리를 선택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나다.

첫째로 페라리는 단 하나의 영역에서만 최고가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주행 성능은 5가지 요소로 완성됩니다. 가속력, 코너링, 브레이크, 기어박스, 사운드. 우리는 이 5가지 요소를 완벽하게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경험이 있습니다. 여기서 페라리의 차별점이 생기죠.

두 번째는 페라리를 산다는 건 특권의식입니다. 페라리는 판매량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페라리를 사는 일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길 바라니까요. 푸로산게 주문량은 첫 공개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치솟았지만, 생산량은 전체의 20%를 넘지 않도록 정했습니다. 반면 다른 브랜드는 특정 모델의 생산량이 50~60%를 넘기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페라리를 갖는 건 페라리 패밀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페라리 오너가 되는 것이 아니라, 76년 동안 페라리가 쌓아온 업적과 헤리티지의 일원이 되는 거죠.

그럼 페라리와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열정이 가득한 사람.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닌 차의 가치를 알고 수집하는 사람. 페라리 패밀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아빠를 따라 페라리 이벤트에 참가했다 팬이 되는 아이들이 있어요. 페라리를 살 수 있어야만 페라리 패밀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페라리의 헤리티지와 감성을 이해하고 열광하는 분들이야말로 페라리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or : 주현욱 | Cooperation : FMK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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