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이)강인이 형처럼 스페인서 성공할게요!"…비야레알 9년 차 김효기의 '꿈'

2023. 7.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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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스페인에서 이강인(22·마요르카)을 보며 꿈을 키워가는 김효기(19·비야레알)가 있다.

김효기는 2003년생 공격형 미드필더로 축구 명문 서울 대동초·목동중을 거쳐 2015년에 스페인 비야레알로 넘어갔다. 대동초 시절에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비야레알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으나,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바로 입단할 수는 없었다. 목동중학교 진학 후 어머니와 함께 스페인으로 이동해 비야레알의 노란 유니폼을 건네받았다.

2022-23시즌을 마치고 잠시 한국으로 들어온 김효기를 지난 1일 서울 모 카페에서 만났다. 김효기는 “오랜만에 한국 들어와서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틈틈이 운동도 한다. 벌써 한 달이 다 지나서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른 나이에 유럽 진출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김효기의 스페인 정착기도 쉽지 않았다. 2015년부터 비야레알 소속이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 때문에 만 18세 전까지 정식 등록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훈련은 비야레알에서 하되 경기는 비야레알 위성구단에서 뛰었다. CF 크랙스에서 4시즌, UD 알보라야에서 1시즌, CD 로다에서 1시즌을 보냈다. 2021-22시즌부터 비야레알 C팀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처음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는 스페인어를 전혀 못했다. 현지 일반 학교에 들어가서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비야레알 유스에서 함께 운동하는 선수들과도 소통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몇 개월 지나자마자 바로 어울릴 수 있었다. 스페인 친구들은 모두 친근하고 외국인도 잘 챙겨준다”고 회상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비야레알 C팀은 스페인 4부리그 소속이다. 김효기는 비야레알 B팀과 1군에서도 자주 훈련했다. 그는 “훈련장이 모두 붙어있다. 1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가 부상을 당했거나, 훈련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바로 콜업됐다. 1군 선수들과 훈련하면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야레알을 이끌던 우나이 에메리 현 아스톤 빌라 감독이 김효기를 특히 아꼈다고 한다. 김효기는 “에메리 감독이 ‘효키(HYO KI)’라고 부르며 따로 전술 지시를 했다. 워낙 유명한 감독님이니까 함께 있는 게 영광이었다. 나에게 이대로 노력하면 더 큰 선수가 될 거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1군에서 훈련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지오반니 로 셀소(27·토트넘)라고 한다. 로 셀소는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에서 뛰는 미드필더이며, 지난 2022년 1월에 비야레알로 임대 이적했다. 김효기는 “훈련할 때 로 셀소와 상대팀이었는데 정말 여유로웠다. 여러 명이 강하게 압박해도 쉽게 빠져나온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한 “산티 카솔라(38·알사드)도 같이 뛰어봤다”고 덧붙였다.

비야레알은 올해로 창단 100주년을 맞은 역사 깊은 팀이다. 그만큼 열성적인 팬을 보유한 클럽이다. 지난 2021-22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까지 올랐다. 김효기는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했을 때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온 도시가 노란 물결이었다. 그날 경기를 직관했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이 나오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도 꼭 챔피언스리그에 뛰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며 설레던 마음을 들려줬다.

김효기처럼 어릴 때 스페인으로 넘어가 꿈을 키운 선배들이 많다.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김효기는 “(이)강인이 형은 2번 만났다. ‘열심히 해’라고 조언해줬다. 발렌시아 경기도 직접 보러 갔었다”며 “지금은 큰 선수가 되어서 카타르 월드컵도 다녀오고 라리가 대표 선수가 됐다. 저도 강인이 형처럼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롤모델에 이강인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롤모델이 자주 바뀐다. 어릴 때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파울로 디발라, 카솔라를 보고 배웠다. 모두 신장이 작고 공격적인 선수들”이라면서 “한국 선수 중에는 이강인, 황인범 선수가 롤모델이다. 측면에서 뛸 때는 이강인 선수처럼, 중앙에서 뛸 때는 황인범 선수처럼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효기는 U-20 대표팀 선수들과 같은 또래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해 4강 신화를 썼다. 김효기는 “월드컵 4강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저도 비야레알에서 잘하면 언젠가 연령별 대표팀에 불러주시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바쁜 와중에 K리그도 틈틈이 챙겨본단다. 그는 “시차 때문에 라이브로 보기는 어렵지만 하이라이트는 꼬박꼬박 본다. 한국집이 경기도 화성이어서 주로 수원 삼성 경기를 본다. 어릴 적 수원의 박지성 유소년클럽에서 뛴 적이 있는데, 그때 수원 에스코트 키즈를 2번 했다. 어떤 선수 손을 잡았는지 기억은 안 난다. 상대팀 울산 현대의 김신욱 선수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키가 정말 커서 한참 쳐다봤다”고 회상했다.

김효기는 짧은 휴가를 마치고 4일 낮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떠난다. 이제 다시 경쟁해야 한다. 출국 준비를 하던 김효기는 “어디서든 한국 선수라는 자부심을 품고 운동한다. 하루빨리 1부리그 데뷔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고 인사했다.

[김효기, 에메리 감독, 로셀소, 이강인. 사진 = 마이데일리·선수 제공·CD 로다·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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