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괜찮아" 한일전 완패에도 박수갈채…선수들도 웃음 찾았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건일 기자] "한일전이라면 가위바위보도, 눈싸움도 지면 안 된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숙적 일본과 맞대결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모은다. 이 가운데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 한일전은 관심도가 특히 높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 라이벌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한일전에서 한국은 극심한 열세에 빠져 있다. 2021년 A대표팀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0-3 패배를 당한 것으로 시작으로 각급 대표팀이 일본에 4연패 중이다. 지난해 6월 현재 17세 이하 대표팀에 해당하는 16세 이하 대표팀, 같은해 6월 23세 이하 대표팀, 그리고 한 달 뒤 성인 대표팀이 졌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0-3 패배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17세 이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성사된 한일전은 한국 선수단이 바라고 꿈꿨던 대진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준결승전에서 각각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따돌리고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성환 대표팀 감독은 "대회 전부터 많이 상상했던 매치업"이라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설욕을 다짐했던 한국과 한일전 연승을 지키려는 일본이 치열한 라이벌전이 펼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각급 대표팀 한일전 5연패. 지난 4경기와 점수도 같다.
그러나 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선수들에겐 한일전 패배에 따른 비판 대신 박수와 격려가 쏟아졌다. 이른 시간이라 환영 인파가 많지 않았지만, 이들은 밝은 얼굴로 "잘했다"고 외치며 박수를 쳤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던 선수들의 표정도 이내 밝아졌다.
결과는 완패이지만, 오심에 따른 결과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고종현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뒤 수적 열세에 놓이면서 이후 내리 세 골을 허용했다. 그런데 보는 이들 대부분이 고종현에게 내려진 경고 두 장이 모두 '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한국 선수들이 공격하는 과정에서 충돌했을 때 반칙 선언이 되지 않았으며, 후반 막판엔 김명준(포철고)이 일본 골키퍼 손에 걸려 넘어졌는데도 페널티킥 판정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가 끝나고 판정에 항의했지만 AFC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결승전 하이라이트에 오심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장면을 삭제하며 '은폐' 의혹을 키우고 있다.
또 변성환호가 결승전까지 가는 과정 역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은 B조(이란, 아프가니스탄, 카타르)에서 가장 많은 10골을 넣는 화력을 앞세워 조 2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고, 8강에서 개최국 태국을 4-1로 꺾는 저력을 발휘했다. 빽빽한 일정 속에 펼친 결승전에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과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격하려 하는 투지를 보였다.
이날 귀국 행사를 마치고 인터뷰에서 일본과 결승전을 돌아본 주장 김명준(포항제철고)은 "정말 복수할 기회였다고 생각했다. 진짜 복수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며 "다음에 월드컵 때는 더 사소한 부분까지 잘 준비해서 일본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확신한다"고 다짐했다.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역시 "절대 일본에는 지지 않고 싶었다. 우리만의 축구를 해서 꼭 이기고 싶었지만 그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그래도 다 함께 같이 잘 싸워서 잘해왔던 것 같다"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2019년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변 감독은 "이번 경험을 통해서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많은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동안 (월드컵) 역대 성적을 봤는데, 8강이 최고 성적이더라. 우리 팀은 1년 6개월 전부터 4강이라는 목표를 잡고 팀을 운영했다. 그 목표에 대한 변함은 없고 오히려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이번 대회였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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