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누가 '인간을 위한 다리'가 되는가

정호영 대한사립학교장회 회장 2023. 7. 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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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대한사립학교장회 회장 = 다리(橋)의 의미는 깊고 심상(心象)하다.

인간은 다리의 이쪽과 저쪽을 왕래하지만 결국은 나누어지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치밀한 역학 구조와 문명의 이기(利器)로 표현된 가장 화려한 건축이 다리라면, 사람의 가슴으로 빚은 최고의 건축은 인간이다.

그러면 누가 인간을 위한 다리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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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다리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정호영 대한사립학교장회 회장 = 다리(橋)의 의미는 깊고 심상(心象)하다. 인간은 다리의 이쪽과 저쪽을 왕래하지만 결국은 나누어지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강남과 강북도 한강다리를 두고 구분하며, 이승과 저승을 건널 갈 때도 강이 있고 다리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작별 인사를 할 때 다리를 앞에 두고 손을 흔들어 보낸다. 마중을 할 때도 다리 앞에서 기다린다. 그래서 다리는 이별의 장소이자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인간은 물 위에 놓는 것을 다리라 이르고 길 위에 놓은 것을 육교라 한다. 다리는 물에 닿아 있으며 육교는 땅에 서 있다. 지금까지 다리나 육교가 교통수단으로서의 의미 보다는 서로를 구분하는 경계의 목표가 더 강조된 듯 싶다. 물 위의 다리가 진실한 소통이 되었을 때는 세상은 평화로웠으며, 탱크와 군화발이 지나가고 바리게이트 검문이 삼엄할 때는 민주와 자유가 여지없이 슬펐다. 이처럼 다리는 비둘기의 평화와 전쟁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과연 누가 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는가. 치밀한 역학 구조와 문명의 이기(利器)로 표현된 가장 화려한 건축이 다리라면, 사람의 가슴으로 빚은 최고의 건축은 인간이다.

그렇다. 사람이 곧 희망이라 했다. 사람이 다리를 처음 건널 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리라는 막연한 호기심과 기대가 있다. 이처럼 사람과 세상을 잇는 것도 다리며 사람과 사람을 떼어 놓는 것도 다리다. 그래서 다리는 시간의 빗장이자, 자물통이다.

다리는 자물쇠 구멍이 두 개다. 이쪽에서 채우면 저쪽도 잠기고 저쪽에서 풀면 이쪽도 열린다. 두 개의 열쇠는 다르지만 같이 작동하는 아이러니다. 다리는 같이 닫히고 함께 열린다. 다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통로이자 생명의 혈관과도 같다.

교육에도 다리가 존재한다. 공부한다는 것은 세상과 사람을 연결 짓는 행위이며 이 연결다리가 교육이다. 학생들은 오늘도 다리 위에서 인생의 치열함을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육신의 다리를 잘 건너는 것보다 마음의 다리를 잘 건너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발현된 각성과 실패를 연습한 근육으로 세상이라는 어렵고 긴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러면 누가 인간을 위한 다리가 되는가. 거리의 종이컵 속에 태우는 촛불의 다리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붉은 피에 심지를 박아 언제 한 번 활활 태워 보라. 비로소 인간의 다리가 보일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이해와 용서와 양보로 서로서로 끌어안고 미래의 아름다운 꿈을 향해 화목한 발걸음을 옮길 때 인간의 진정한 다리가 놓아지는 것이다. 그래야 다리의 상징과 은유가 이 땅을 오래오래 찬양할 것이다. 모든 차이와 차별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튼튼하고 건강한 다리가 놓여 질 때 행복한 인간사회는 만들어 질 것이다.

정호영 대한사립학교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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