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동자 조사했더니 10명 중 4명 ‘장애·장애의심’…22%는 ‘인권침해’ 경험

강현석 기자 2023. 7. 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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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한 염전에서 노동자가 소금을 모으고 있다. 전남도 제공

염전노동자 10명 중 4명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되는 사람인 것으로 조사됐다. 4대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5%에도 미치지 못했고 21.7%는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남도는 이 같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종합대책을 마련, 염전노동자의 인권침해 예방과 노동환경 개선에 나선다.

3일 ‘전라남도 염전근로자 근로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남지역 염전에 고용된 노동자의 39.1%는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됐다. 조사는 ‘염전원부’ 등을 통해 확인한 노동자 12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진행됐다.

조사에서 답변을 완료한 노동자는 69명이었는데 이 중 27명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됐다. 조사팀은 2021년 기준 국내 등록장애인이 전체 인구의 5.1%인 점을 감안해 보면 “염전에 다수의 장애인이 유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염전 노동자들은 저학력 경향도 두드러졌다. 노동자의 53.6%는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중학교를 졸업한 노동자도 13%에 그쳤다. 동일 산업인 농림어업분야에 노동자 중 중졸 이하 학력을 가진 사람은 7.4%에 불과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1.4%에 그쳤고 ‘부양가족이 없다’는 응답은 59.4%에 달했다.

장애와 저학력자가 많은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누리지 못했다. ‘근로계약서를 모른다’는 노동자가 20.3%,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는 노동자는 20.3%에 달했다. 사회보험 가입도 저조했다. 4대 보험별 가입자는 국민연금 4.3%, 건강보험 2.9%, 고용보험 4.3%, 산재보험 4.3%에 그쳤다. 국내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평균 가입률이 9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난다.

노동 상황도 열악해 하루 평균 14.5시간을 일하고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6.5일 이었다. 연차휴가가 없거나 ‘모른다’는 노동자는 68.1%나 됐다. 평균 급여는 212만원이었다. 급여에서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식비·기숙사비·작업도구 구입비·통신비·공과금 등을 사전에 제외하고 받는 경우도 39.1%나 됐다.

‘인권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7%에 달했다. 이는 2021년 국가인권실태조사에서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4%)보다 5배나 높다. ‘언제든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외출할 수 있다’는 노동자는 4명 중 1명(26.1%)에 불과했다.

조사팀은 “염전노동자들은 자기 옹호 능력이 부족하고 정보 접근 제한으로 처우의 불안정 증가가 확인됐다”면서 “유료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염전에 유입되는 비율이 81.2%로 노동자가 범죄 피해나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염전 노동자의 노동·인권 침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26년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노동자와 사업주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인권침해 예방활동과 조사 등을 진행한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안심숙소와 휴게시설, 자동화 시설 설치에 71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박현식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은 “염전 노동자 노동환경 개선과 인권침해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종합대책을 통해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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