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홍보영상에 브라질 사막이...11억 들인 관광 캠페인 망신

이가영 기자 2023. 7. 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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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새로운 관광 캠페인 '러브 더 필리핀' 홍보 영상에 브라질 사막 영상이 사용됐다. /유튜브

약 11억원을 들인 필리핀의 새로운 관광 캠페인 ‘러브 더 필리핀(Love the Philippines)’을 홍보하는 영상에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다른 나라의 관광지 장면이 사용됐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현지 광고대행사는 사과한 후 영상을 삭제했다.

3일(현지시각)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광고대행사 ‘DDB 필리핀’은 지난 2일 부적절한 이미지가 포함된 필리핀 홍보 영상을 제작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대행사는 “필리핀을 홍보하는 캠페인에 해외 스톡 영상(다수의 구매자가 사용할 법한 장면을 담아 사전에 미리 제작한 영상)을 사용한 건 매우 부적절하며 관광부의 목표와도 모순된다”고 인정했다. 이어 “엄격한 검열 절차를 지켰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광고대행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필리핀 정부의 ‘러브 더 필리핀’ 관광 캠페인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정부는 새로운 캠페인을 브랜딩하는데 4900만 페소(약 11억 6000만원)가 들었다고 했다.

필리핀의 새로운 관광 캠페인 '러브 더 필리핀' 자막 배경으로 인도네시아 계단식 논 영상이 사용됐다. /유튜브

광고대행사가 홍보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후 온라인에서는 영상 속 여러 이미지가 다른 나라에서 촬영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홍보 영상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스톡 영상 제공업체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러브 더 필리핀’ 문구의 배경으로 사용된 영상은 인도네시아의 계단식 논 우붓을 촬영한 것이었다. 브라질 북동부의 사막 영상도 사용됐다. 또한 필리핀에서는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베트남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그물을 던지는 어부의 모습과 아랍에미리트에서 버기카를 몰고 모래 언덕을 달리는 영상도 포함됐다.

논란이 커지자 필리핀 관광부는 “광고대행사 측에 영상 속 모든 자료의 원본과 소유권에 대한 확인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며 대행사로부터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거듭된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확인 요청에 대행사가 거짓된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대행사와 새로운 관광 캠페인 홍보 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문제가 된 영상은 계약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공적 자금이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뜻이었다.

관광부는 다만 어느 정도의 책임은 인정했다. 관광부 관계자는 “우리는 필리핀을 최고 수준으로 홍보할 책임이 있다”며 “필리핀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서도 정확한 책임을 규명하고,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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