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옆에 만두가…위기의 롯데리아 "그럴 만두…"

한전진 2023. 7. 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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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메뉴로 '청주 매운 만두' 출시
한국형 디저트 메뉴…존재감 높이기 
"지역 맛집 협업…K푸드 신메뉴 지속"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만두피의 붉은빛이 얼마나 매울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한 입 베어 물자 알싸한 맛이 화하게 퍼진다. 혀에 맴도는 강렬한 매운맛이 나쁘지 않다. 튀김 만두의 바삭함도 함께다.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달큰한 불고기 버거를 한 입 먹는다. 이후 콜라 한 모금을 들이키자 "캬!"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단·짠·매' 조합이 혀를 계속 유혹한다. 

바삭한 매콤 만두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포장마차나 김밥천국이 아니다. 지난달 22일 신메뉴 '청주 매운맛 만두'를 출시한 롯데리아다. 롯데리아가 사이드 메뉴로 '만두'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이를 위해 롯데GRS는 청주시 지역 맛집 '입이 즐거운 그 만두'와 협업했다. 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등 경쟁 격화 속 존재감 높이기에 나선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롯데리아는 앞으로도 K-푸드와 접목한 다양한 신메뉴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직접 먹어봤더니

지난 2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 인근의 한 롯데리아 매장. 주문 키오스크에 '청주 만두'라는 낯선 디저트 메뉴가 눈에 띄었다. 미친만두(더 매운맛), 매운만두(비교적 덜 매운맛) 두 가지 종류다. 불고기 버거 세트에 두 만두를 추가해 주문해 봤다. 이미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입소문을 탄 탓인지 제법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매장 점원은 "오전에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만두를 찾았다"며 트레이를 내줬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청주 만두의 첫인상은 범상치 않았다. 매운만두는 분식집의 튀김 만두와 비슷했지만 미친만두는 새빨간 빛깔에 보기만 해도 매운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주문 후 곧바로 튀겨져 바삭바삭한 만두피가 군침을 돌게 했다. 크기는 성인 남성 손바닥의 절반 정도였다. 가격은 롯데리아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2200원)와 비슷했다. △2조각 2700원, △4조각 5000원, 음료 ‘자두쿨 에이드’가 추가되는 콤보는 6200원이다.

매운 만두를 반으로 가르자 고추가 섞인 듯한 만두소가 나왔다. 나름 육즙도 흘러나왔다. 매운 만두는 일반 김치만두보다 조금 더 매운 맛이었다. 반면 미친 만두는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웠다. 강렬한 매운맛 속에 버거 소스의 단맛 조합이 어우러졌다. 이후 콜라의 탄산으로 혀를 정리하면 '단·짠·매'의 힘이 더욱 극대화됐다. 

만두와 버거 '이색조합'

만두 출시는 꽤나 영리해 보였다. 감자를 튀기면서 만두도 튀길 수 있다. 따로 설비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햄버거집에서 만두를 판다는 것이 꽤 신선했다. 기자와 방문한 30대 직장인 A씨는 "평소 롯데리아를 잘 오지 않는 편인데 튀김 만두가 출시돼 왔던 것"이라며 "맥주 등 술 안주로 곁들여도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단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느껴졌다. 불고기 버거 세트에 감자튀김 대신 매운 만두를 고른 후 미친 만두 2조각을 추가했더니 1만700원이 나왔다. 만두가 뜨거워 제공되는 이쑤시개로 먹기에 다소 불편한 점도 있다. 버거를 두 손으로 먹다가 만두를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호기심이나 알싸한 매운맛이 당길 때 한 번쯤은 먹어볼 것 같았다. 이슈 몰이 상품으로는 썩 괜찮아 보였다. 

이미 테스트 기간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는 것이 롯데GRS 측의 설명이다. 앞서 롯데GRS는 지난 5월 9일부터 20개의 매장에서 사전 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디저트 메뉴로 약 10만 개가 판매됐다. 롯데GRS 관계자는 "SNS·유튜브의 지역 맛집을 롯데리아에서 선보이고자 했다"며 "현재 목표치 이상의 매출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만두 내놓은 '찐' 속내

롯데리아의 만두 전략은 최근 떨어진 존재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현재 국내 햄버거 업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버거킹,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등 경쟁자가 즐비하다. 특히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고든램지버거' 등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들도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리아의 입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점 개점 당시 몰린 대기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롯데리아만의 차별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롯데리아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토종'이다. 롯데리아는 대한민국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다. 불고기버거, 라이스버거, 김치라이스버거 등 한국인 고유의 입맛을 고려한 제품을 선보였다. 만두는 외국계 버거에 눈이 팔려있는 젊은 층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동시에 롯데리아가 K-푸드의 시장화에 나서고 있다는 인식도 심어주면서 토종이라는 브랜드 파워도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롯데리아 청주 만두 시식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유튜버들의 쇼츠 영상과 먹방 콘텐츠도 줄을 잇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파이브가이즈 등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 국내 출시에 관심이 쏠렸던 상황과 대비된다. 무엇보다 롯데리아는 다른 버거 브랜드보다 '맛이 없다'는 밈이 서서히 희석되고 있다. 

롯데리아는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형 메뉴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롯데리아는 K-푸드와 접목한 다양한 한국형 메뉴들을 선보여 왔다"며 "외국계 버거 브랜드들은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큰 차별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전국 지역 맛집과 협업해 신메뉴를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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