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에 횡령까지 발생한 CJ의 힘겨운 ‘여름나기’

박창민 기자 2023. 7. 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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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대기업 중 시가총액 하락세 1위 불명예
경영 승계 지렛대 평가받는 올리브영 IPO 연기가 변수로

(시사저널=박창민 기자)

CJ그룹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룹 안팎에서 터지는 연이은 악재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현 회장도 지금 당장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가장 먼저 CJ그룹의 문화 먹거리 첨병인 CJ CGV가 흔들리고 있다. CGV는 현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후폭풍'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CGV의 매출은 1조2813억원, 영업손실은 768억원이다. 2020년과 2021년에 영업손실 3887억원, 2414억원을 각각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20년 1월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CGV 주가 15년 만에 주당 1만원 밑으로 

물론 2022년의 경우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지나면서 부진을 겪은 데다, OTT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영화관 등 업황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부족한 자금과 차입금 상환 자금 대부분을 외부 조달을 통해 충당하면서 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높은 부채비율도 문제다. 올해 3월 기준 부채비율은 912%다. 한때는 1412%까지 부채율이 치솟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불안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CGV에 1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주회사인 CJ(주)는 6월21일 CGV에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다고 공시했다. CJ(주)의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역시 4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현물출자하면서 자본확층에 나설 계획이다. CGV는 5700억원의 조달 자금 중 절반이 넘는 3800억원을 "빚을 갚는 데 쓰겠다"고 밝히면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긴급 자금 수혈'이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CJ그룹 측의 해명은 다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히 재무 상황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다"면서 "CGV가 1998년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해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견인한 것처럼 앞으로는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곱지 않다. CGV의 1조원대 유상증자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CJ그룹주들이 일제히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발표한 CGV 주가는 6월21일 21.10% 떨어진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8년 12월12일(1만1520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CJ(주)는 4.99% 떨어졌고 CJ ENM(-5.50%), CJ제일제당(-5.31%), CJ프레시웨이(-1.69%) 등 지주회사를 포함한 핵심 계열사 주가도 급락했다.

CJ그룹주의 이 같은 동반 하락은 투자심리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가치 희석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CGV 주식은 새롭게 주당 7630원에 신주 7470만 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CGV 발행 주식 총수는 4772만8537주에서 1억2242만8537주로 늘어난다. 기존 발행 주식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물출자 과정에서 추가로 발행될 주식까지 고려할 경우 CGV 주식 가치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유상증자는 통상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이 달갑지 않다. 실제로 CGV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 가치 훼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CGV 주주들은 최대주주 CJ(주)가 지분율(48.5%)만큼 신주를 인수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CJ(주)는 배정된 2764억원 규모 신주 물량 중 600억원어치만 사들이고, 나머지 실권주는 공모 청약으로 넘겼다. 투자자들은 "결국 개미 호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겠다는 것"이라며 "최대주주는 빠지고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영화관 사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CJ(주)가 CGV의 자본확충에 힘을 싣는다는 점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CJ그룹 전반적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CGV의 유상증자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극장 정상 운영으로 실적 정상화가 임박해 있고, 특별관 이용 고객 증가에 따른 투자 적기이고, 부채비율 감소 효과까지 감안한 마지막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지금이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의 적기라고 판단한다"며 "코로나19 사태 4년째인 올해 실적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드래곤 횡령 사건으로 골머리

이런 와중에 CJ그룹 계열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주가가 또다시 곤두박질쳤다. 최근 스튜디오드래곤은 한 콘텐츠 제작사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고 회삿돈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프로듀서를 해고했으며, 김영규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고된 프로듀서에 대해서는 향후 민형사상 조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부문과 달리 올해 드라마 최대 흥행작 가운데 하나인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를 제작하고도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6월26일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전날보다 0.52% 하락한 5만77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8만원대 후반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말 주가와 비교하면 3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실적이 괜찮았음에도 콘텐츠 최대 수요처인 CJ ENM이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떨어지면서 드라마 편성을 줄인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비용 감축을 위해 신규 드라마 편성을 줄여 내부 계열사 물량이 감소한 것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런 와중에 공동대표마저 횡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연이은 주가 하락에 CJ그룹의 시가총액은 올해에만 2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1월2일~6월23일) 국내 상위 15개 대기업집단(공정자산 총액 기준) 중 시총 규모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CJ그룹이었다. 연초 16조5000억원에 육박했던 CJ그룹의 시총은 현재 12조원 수준으로 약 25% 감소했다. 

이처럼 회사 안팎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는데, 이재현 회장의 연봉은 수년째 재계 총수 1위를 차지하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CJ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은 CJ(주)에서 106억4400만원, 제일제당에서 72억9400만원, CJ ENM에서 41억9800만원을 받는 등 총 221억3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전년(218억6100만원) 대비 1.3% 증가한 수준으로, 이 회장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재계 총수 연봉 1위에 올랐다.

CJ그룹 안팎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고액 연봉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온다. 그는 2013년 수천억원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된 후 사면을 받아 석방된 이래 미등기이사 신분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회장처럼 미등기임원인 오너가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책임경영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직원들의 평균 보수액까지 급등시켜 현실을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업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 오너 경영인이라 하더라도 등기임원이 아니면 이사회 참석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실질적으로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함으로써 법률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회사 경영, 중요한 결정을 주도하면서도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비등기이사라는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고액 연봉이 기업 승계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CJ그룹은 현재 오너 일가 3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보유한 CJ(주) 지분(42.07%)을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가 증여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 CJ(주) 지분도 매입해야 한다. CJ그룹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CJ CGV는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현 회장 승계 작업도 잰걸음 

하지만 CJ그룹의 경영 승계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재현 회장 자녀의 그룹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은 오너 일가의 고민을 해결할 승계 작업 핵심 키로 그동안 꼽혀왔다.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는 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11.04%, 4.21% 보유하고 있다. 상장 이후 올리브영 지분을 일부 매각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시선이다. 쉽게 말해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올리브영 지분을 향후 CJ그룹 경영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發(발)' 금리 인상으로 올리브영 상장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지난해  'IPO 대박'을 쳤던 기업들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흥행에 비상이 걸린 CJ그룹 측은 CJ올리브영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기업 가치를 낮추면서까지 IPO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정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야 지분 승계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CJ올리브영 상장이 어려워 승계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CGV 유상증자는 승부수를 띄운 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옳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며 "이재현 회장이 여전히 경영활동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 역시 현재로서는 촉박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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