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두 달 새 자사주 처분 6번 한 '애경케미칼', 왜?

김보라 2023. 7.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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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자사주 9만2202주 처분…스톡옵션 주식교부 목적
스톡옵션 받은 임원들이 최근 주가급등 시점에 대거 행사
자사주 없애버리는 소각과 전혀 달라…언제든 매물 가능성

지난 2021년 애경그룹의 화학기업 애경유화가 애경화학과 에이케이켐텍을 흡수합병하면서 탄생한 애경케미칼. 이 회사가 최근 들어 같은 제목의 공시를 6건이나 올렸어요. 

▷관련공시: 애경케미칼 5월 19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관련공시: 애경케미칼 5월 19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관련공시: 애경케미칼 5월 24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관련공시: 애경케미칼 5월 30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관련공시: 애경케미칼 6월 26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관련공시: 애경케미칼 6월 30일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6건 공시 모두 제목은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 애경케미칼이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시장에 내다 팔았다는 내용인데요. 회사는 ▲1894주(5월 19일) ▲3347주(5월 19일) ▲4만398주(5월 24일) ▲1만2137주(5월 30일) ▲2만1624주(6월 26일) ▲1만2802주(6월 30일) 등 총 5번에 걸쳐 자사주 9만2202주를 팔았어요. 

애경케미칼은 두달 새 보유 중인 자사주(1분기 기준 47만6432주)의 20%가량을 처분했는데요. 회사는 6건의 공시를 통해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교부'를 이유로 자사주를 처분했다고 밝혔어요. 

주식매수선택권은 다른 말로 '스톡옵션(stock option)'이라고 해요. 임직원에게 회사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건데요. 임직원 사기를 북돋기 위한 일종의 복지혜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애경케미칼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일부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왔어요. 

하지만 임직원들은 한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가 이번 6건의 공시에서 보듯 두 달 새 갑자기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공시줍줍에서 짚어볼게요.  

7년간 매년 스톡옵션 부여한 애경케미칼 

애경케미칼은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해왔어요. 정확히는 대표이사를 포함 전무, 상무 등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했는데요. 

2017년 당시 애경유화(합병 전) 이종기 대표이사 및 김정곤 부사장, 오승준 전무 등 총 7명의 임원에게 스톡옵션 3만4646주를 부여했어요.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1주당 1만2538원. 스톡옵션 부여방법은 신주교부와 자기주식교부, 차액보상 3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애경케미칼 스톡옵션 부여 현황

이후 애경케미칼(합병 전 애경유화)은 ▲2018년(임원 6명, 2만4546주 부여) ▲2019년(임원 6명, 3만6137주 부여) ▲2020년(임원 6명, 4만6965주 부여) ▲2021년(임원 5명, 3만1594주 부여) ▲2022년(임원 11명, 5만305주 부여) ▲2023년(임원 11명, 5만9578주 부여) 등 총 28만3771주의 스톡옵션을 대표이사 등 임원들에게 부여해왔어요.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최저 6329원에서 최고 1만8834원까지 다양한데요. 특히 2020년 행사가격 6329원에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 6명은 주가가 오를수록 더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겠죠.  

참고로 스톡옵션 행사 시 신주교부를 선택하면 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찍어 주고요. 자기주식교부는 회사가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건네주는 방식이에요. 마지막으로 차액보상은 스톡옵션 행사 당시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에요.

애경케미칼이 자사주 처분 공시를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대부분 자기주식교부 방식을 선택해 애경케미칼 주식을 받고 있는 것이죠. 

애경케미칼은 약 48만주의 자사주를 꾸준히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연이은 스톡옵션 행사로 보유 자사주의 20%가 줄었어요. 

스톡옵션 행사 시점, 왜 최근 두 달일까? 

스톡옵션 행사 자체도 의미 있지만 왜 하필 최근 두 달간 연속으로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데요.

처음 부여한 2017년 스톡옵션은 2019년 3월부터 행사가 가능했고 그 이후 스톡옵션들도 행사 가능한 상태였지만 그동안 아무도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애경케미칼 자기주식 처분 현황

갑작스레 최근 두 달간 스톡옵션 행사가 늘어난 건 최근 애경케미칼 주가 흐름과 연관이 있어 보여요. 

올해 초 애경케미칼 주가는 꾸준히 8000원대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지난 4월 10일 주가는 1만2090원으로 1만원대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지난 5월 10일 2만135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어요.

이후에도 주가는 2만6900원(6월 20일 종가 기준)까지 치솟았고 다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3일 기준 주가는 2만1600원(종가 기준)이에요. 

주가가 8000원대에 머물러 있던 지난 4월 6일 주가(8510원, 종가 기준)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 역시 무려 154%나 오른 수치예요. 

이처럼 갑작기 회사 주가가 오르면서 임원들은 차익실현을 위해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죠.  

지난 2020년 행사가격 6329원에 스톡옵션 4만6965주를 부여 받은 임원 6명 중 일부는 지난 5월 24일과 30일 스톡옵션 2만5670주를 행사했어요. 만약 이들이 주가가 2만5000원을 넘어섰던 지난 6월 19~20일 사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매도했다면 단순 계산해도 주당 차익이 1만8000원을 훌쩍 넘어요. 

두 달 새 여러 건의 스톡옵션 행사가 이어진 것은 회사의 주가 상승과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할 수 있어요. 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르는 상황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매도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죠.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점 

애경케미칼의 최근 주가 차트를 보면 4월부터 6월까지 주가가 크게 오른 모습인데요. 특히 별다른 상승 이유가 없음에도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눈여겨 볼만 한 지점이에요. 

최근 삼천리, 세방 등 8개 종목의 하한가 사태에 이어 동일산업, 대한방직 등 5개 종목도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꾸준히 장기간에 걸쳐 올랐다가 급격한 하한가 사태를 겪어 논란이 일었죠. 물론 애경케미칼 주가흐름은 이들 종목과 다르게 단기간에 급격히 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다만 애경케미칼의 소액주주 주식보유비율은 27.7%로 하한가 사태를 겪은 종목들과 비슷하게 소액주주 주식보유비율이 적어요. 그만큼 특정 세력이 주식을 쥐락펴락 하기 쉬운 구조라는 점은 앞서 하한가 사태를 겪은 종목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요.

또 전반적인 주가 흐름은 상승세지만 현재 애경케미칼 주가는 2만6000원을 넘어섰다가 현재는 2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어요. 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떨어지는 폭도 큰 상황이에요.

따라서 투자자들은 애경케미칼의 급격한 주가변동에 유의해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애경케미칼의 자사주 처분 공시를 호재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는 자사주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소각과 혼동한 것으로 보여요.  

이번 자사주 처분은 스톡옵션 행사자들에게 교부할 주식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에요. 특히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들은 전·현직 임원들로 이들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 주식을 장기 보유해야하는 애경그룹 총수일가와 달리 언제든 주식을 처분할 수 있어요.

따라서 언젠가는 매도물량으로 나올 수 있고 이는 자사주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소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 특히 아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물량이 남아있어 추후 다시 자사주 처분공시와 함께 매도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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