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시즌 최고였던 한상혁, 정규리그서 잘 해야 한다
한상혁은 지난해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창원 LG와 보수 1억 2000만원(연봉 1억 원, 인센티브 2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인상률 200%는 지난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한상혁은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오프 시즌 내내 훈련에 빠지지 않았고,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 제몫을 단단히 해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KBL 컵대회에서는 3경기 평균 12분 33초 출전해 5.0점 3.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한상혁의 기록을 평균 30분 출전으로 환산하면 12.0점 7.9어시스트다.
이재도의 뒤를 받칠 믿음직한 백업 자원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던 한상혁은 정작 정규리그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2021~2022시즌 37경기 평균 6분 51초 출전해 2.1점 1.0어시스트를 기록했던 한상혁은 2022~2023시즌에는 24경기 평균 8분 21초 코트에 나서 3.0점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상혁은 오프 시즌 훈련에서 많은 연습경기 출전 기회 속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실전에서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조상현 LG 감독은 지난 시즌 초반 “한상혁이 필리핀에서 하던 것의 반도 못 하고 있다. 그대로 유지만 해줘도 되는데 그게 안 된다”며 “연습경기 때 그렇게 잘 하다가도 실전에서는 안 되는 선수가 있다. 상혁이와 미팅을 할 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널 믿고 기용을 하겠냐고 했다”고 한상혁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지난 시즌을 돌아볼 때 누구보다 아쉬운 건 한상혁이다. 한상혁은 이제는 실전에서 기량을 뽐내기 위해 오프 시즌부터 훈련에 매진 중이다. 다음은 한상혁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시즌에는 감독님, 코치님과 처음 맞이한 시즌이라서 긴장도 되고, 원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할 시간이 필요했다면 올해는 작년에 한 시즌을 겪어봐서 감독님께서 뭘 원하시는지 알고, 훈련에 임할 때도 어떤 걸 더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지 선수들도 알기에 그런 면에서 수월하지만, 오프 시즌 훈련이 힘들기는 힘들다(웃음).
조상현 감독이 고참 선수들은 몸이 덜 되어 있고, 어린 선수는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했다. 한상혁 선수는 나이로는 중간 즈음이다.
나는 그럼 어린 축에 속한다. 몸 상태가 아주 좋다(웃음).
보통 감독과 선수가 생각하는 몸 상태의 차이가 있다.
트레이너 형들이 몸을 잘 만들어왔다고 평가를 해줬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아쉬웠다. 오프 시즌을 온전히 쉴 수 없었다. 여행을 다녀왔지만, 몸을 만들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 잘 훈련하고 있다.
어떻게 몸을 만들었나?
지난 시즌 무릎 부상이 살짝 있었는데 그 부분 보강을 많이 했고, 스킬 트레이닝과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받았다. 트레이너 형들이 개개인에 맞춰서 훈련 일정을 굉장히 잘 짜줘서 그에 맞춰 훈련을 했더니 지금 운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퍼포먼스 트레이닝은 어떤 건가?
기능적인 훈련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인데 좀 더 농구에 적합한 밸런스 훈련이다. 따로 사비로 훈련을 진행했다(스피드, 파워, 근력, 지구력, 밸런스 등을 향상시켜 부상을 방지하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이라고 함).
휴가 기간에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한다.
한 달은 마음 편하게 가볍게 했다. 딱 한 달을 기준으로 지난해 못 다녀온 신혼여행을 발리로 다녀왔다. 그랬더니 3~4주 남았길래 일주일에 4번 정도는 훈련을 계속 했다.
예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선수들은 60일 휴가를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했다. 형들 중에서 나 때는 5일 쉬고 들어와서 운동하고, 1~2주 쉬고 운동했다는 말이 나왔다(웃음). 처음에 (60일 휴가가) 생겼을 때는 마냥 놀다가 팀에 들어와서 몸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10개 구단 모든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몸 관리를 한다. (휴가 기간 동안) 서로 친한 선수들은 시간을 맞춰서 고등학교나 대학에 가서 픽업게임도 많이 한다. 그러면서 몸 관리를 하는데 좋은 현상 같다.
너무 좋았지만,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웃음). 와이프가 회사에서 휴가를 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라서 일주일 다녀왔다. 너무 좋더라. 다음에 또 가고 싶다. 신혼여행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니까 더 좋았다.
더 많이 뛰기 위해 FA 계약을 하며 LG에 남았는데 출전 기회가 적었다.
지난 시즌 초반 기회를 못 받는 게 아니다. 오프 시즌과 컵대회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는데 정작 시즌 때 컨디션이 가라앉아 경기력이 떨어졌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이번 시즌에는 시즌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오프시즌부터 120%로 달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올리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고참 형들을 보니까 그렇게 하더라.
나는 FA 계약을 해서 욕심도 많고, 더 보여주고 싶어서 너무 빠르게 페이스를 올렸는데 이번 시즌에는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오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오프 시즌에는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야간 훈련을 빠진 적도 없고, 정말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했는데 제일 중요한 4라운드 때 무릎이 좋지 않았다. 쉽지 않고, 내 마음대로 안 된다. 그래서 잘 해봐야 한다(웃음).
양홍석이 합류했다.
전력은 당연히 좋아졌다. 김준일 형과 서민수의 빈 자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마냥 아쉬워만 할 수 없다. 양홍석이 들어와서 정말 팀 전력이 많이 상승할 거다. 우리 팀이 포워드의 윙맨이 약점이라고 했었는데 정상급 포워드가 LG에 와서 감독님께서 선수단을 운영하는데 수월하시지 않을까 싶다.
양홍석과 같이 훈련하니까 어떤가?
지금 (발바닥에) 물집도 (500원 동전보다 큰 손 모양을 하며) 이만큼 큰 물집도 있는데 안 쉬고 훈련을 다 따라한다. 형들과도 잘 어울리고 벌써 가까워졌다.
지난 시즌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팬들도 기대치가 많이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홍석이도 들어오고, 외국선수(아셈 마레이, 단테 커닝햄)도 모두 재계약을 했다. 우리도 그에 맞게 좀 더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서 훈련에 임할 거고, 선수들 모두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나도 작년에 조금 아쉬웠던 걸 보완해서 이번 시즌에는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시즌 준비를 잘 하겠다.
개인적으로 오프 시즌 동안 집중하고 싶은 게 있나?
당장 출전시간 20분, 30분을 가져가지 않을 거다. 지난 시즌에 수비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식스맨들이 수비가 되지 않으면 경기를 뛸 수 없기에 지난 시즌 수비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했다. 이번에도 그에 맞게 훈련하고, 앞선 한 명 정도는 감독님께서 수비를 믿고 맡기실 수 있도록, 수비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사진_ 점프볼 DB(이청하, 정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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