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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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낼 수 있는 유일한 용기는 외면이야. 공부하다 틈틈이 여행도 가고 미술관도 가고 천천히 저녁도 먹어. 넌 그렇게 살아. 그거면 돼."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10화의 대사를 가지고 와 보았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미술관에서 일을 하는 이유이자,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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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낼 수 있는 유일한 용기는 외면이야. 공부하다 틈틈이 여행도 가고 미술관도 가고 천천히 저녁도 먹어. 넌 그렇게 살아. 그거면 돼."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10화의 대사를 가지고 와 보았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죄 없는 아이를 꺼내주면서 미술관도 가고, 저녁도 천천히 먹으라는 말. 작가는 왜 굳이 '미술관'이라는 단어를 넣었을까?
사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남들이 좋다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딱히 뭐가 좋은지 체감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자면 우선 이해하는 게 쉽지가 않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길게 늘여놓은 것이 에세이, 그것을 작가의 상상력을 활용해 글로 풀어쓴 것이 소설이라고 봤을 때 우선 에세이와 소설은 글의 길이가 길어서 어느 정도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을 조금 더 함축한 것이 '시'인데 시를 읽는 일만 하더라도 가끔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근데 그림이라? 작가의 생각을 하나의 점처럼 회화나 조각 등 다양한 형태로 함축해 놓은 것인데 과연 이게 이해하기 쉬울 수가 있을까? 당연히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미술작품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함의된 내용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표현방식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대미술로 오면서 이 아름다움의 표현방식도 다양해지고 있기에 역시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다. 이 이유를 말이 되게 설명하는 일은 어쩌면 '내가 왜 미술관에서 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우선 문화적 경험은 타인이 절대로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스스로 경험하는 방법으로만 채득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억만장자라 하더라도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17~18세기에 작가, 시인,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 작품을 감상하거나 예술적인 대화를 나누던 장소를 말하는 '살롱' 문화가 있다. 보통 근세에서 근대에 걸친 서양 상류 계급의 응접실을 말한다. 미술을 향유하는 일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상류계급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빠 죽겠는데 어딜 예술 같은 타령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끈질기게 미술관 타령을 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는 행동은 인간의 삶 속에 켜켜이 스며들어 다채로운 삶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당장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좋은 작품을 감상한 시간들이 성실히 쌓여 시나브로 당신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확신. 나는 그 확신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시지프스의 형벌'의 현실 버전이 아닌가? 삶의 무게라는 돌덩이를 짊어지고 비슷한 자리를 무한히 반복하고 있지만, 당신의 삶의 쉼표에 예술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가끔은 '미술관도 가고' 천천히 저녁도 먹으며 그렇게 살라는 말. 이것이 내가 미술관에서 일을 하는 이유이자, 당신이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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