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 이낙연 변할까?…일단 이재명만이냐 아니냐

이대건 2023. 7. 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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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엄중히 보고 있다"

엄중 (嚴重). ① 몹시 엄함 ② 엄격하고 정중함. <자료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적으로도 묵직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자주 쓰던 표현이다. 지난 2020년 총선이 끝난 뒤 윤미향 의원의 정대협 후원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윤 의원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자 "엄중히 보고 있다"고 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같은 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관련 질문에서도 "대단히 엄중한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엄중'을 또 강조했다.

엄중은 보통 '엄격하고 정중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단 말해놓고 보자는 여의도 정치인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반대로 보면 정치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일종의 책임 회피처럼 비추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쓰면 그런 오해를 더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엄중이란 말은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최근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 전 대표와 관련해 "어떤 좋은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추억"이라고 했다. 이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는 너무 신중하고 엄중하고 여론조사에 소심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 경선이 후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경선 1위를 달리던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엄중과는 거리가 있으니 점점 대비되는 경향으로 흘렀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장면1 : '첫 경선'

이 전 대표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한 예가 있다. 재작년 9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첫 지역 순회 투표 때 일이다. 이때 이 전 대표는 충청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크게 패하면서 중원부터 내줬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격차가 너무 컸던 게 이 전 대표에게는 상당히 충격이었던 것 같다. 이틀 동안 치러진 충청권 경선에서 합산 득표율 28.19%로 이재명 경기지사(54.72%)에게 대패했다.

다음 날 이 전 대표는 장고에 들어갔다. 예정됐던 대구·경북전략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은 물론 대한의사협회와의 간담회도 취소됐다. 캠프 내 신국방안보특위 지지 선언행사 역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대신 참석했다. 이 전 대표의 모습은 안 보였다. 첫 경선이라는 상징성이 있긴 했지만 보통 이러면 예정된 일정을 부분적으로 수정할 수는 있어도 전면 취소하진 않는다. 이 전 대표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예다. 첫 경선 결과 역시 '엄중히' 보고 있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첫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보였다" 당시 경선 캠프 관계자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다. 이 전 대표는 적어도 정치 이력에 있어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21년 동안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정치인이 되었고 이후 국회의원 4선에 전남도지사, 그리고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올랐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5선을 거머쥔 이후 당 대표까지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이런 그에게 첫 경선 대패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엄중'에서 얼마나 변할까?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 귀국 이후 이낙연 전 대표의 첫 메시지다. 대선 대패로 인한 정권 교체 과정에서 본인이 못했던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이전과 좀 달라 보인다. 직설적이다. 귀국 이후 첫 지역 행보지인 광주에선 더 그랬다.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이재명 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발언 장소가 호남인 점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일찍 나왔다.

"이 전 대표는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쓰는, 굉장히 신중한, 그래서 시중에는 '엄중낙연'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본인이 결국은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 이런 각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전 대표 측근인 윤영찬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엄중낙연'으로 평가받던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말이다.

이 전 대표에게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 건 무엇일까? 이재명 대표와의 경쟁뿐만 아니라 현 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립각도 원할 것이다. '엄중'을 버린 직설적인 메시지와 행동이 이재명 대표에게 주로 향한다면 민주당 전체 지지자들을 모으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그의 변화가 밖으로만 향하길 원할 것이고 국민의힘 쪽에선 이재명 대표로만 향하길 바랄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에게 일단 두 가지의 선택지가 놓였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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