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보는 휴가" vs "일자리 안정"...野 보좌진의 선택은?

김성은 기자, 차현아 기자 2023. 7. 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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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030세대 비서관들의 니즈(요구)를 '눈치 보지 않는' 휴가 신청이라고 읽었다. 연가 제도를 활성화하고 겸임수당도 신설하겠다"(박철민 보좌관)
"총선까지 1년이 채 안 남은 시점,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보좌진 고용안정화를 이루겠다. 중·장기 해외교육 연수제를 만들겠다"(이정환 보좌관)

5일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회장을 뽑는 선거가 정필모 민주당 의원실 소속 박철민 보좌관(기호 1번)과 최인호 의원실 소속 이정환 보좌관(기호 2번)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지난해 선거 땐 후보들이 출·퇴근, 점심시간에 맞춰 피켓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각 후보가 의원실을 돌며 보좌진을 만나는 등 '실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민보협회장 선거의 유권자는 약 1400명에 달한다. 국민의힘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1대 민주당 의석수가 현재 167석에 이르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선전 문구는 '일하고 쉬는 민보협'이다. 박 후보는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출마했다"며 '연가제도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다수 의원들이 국민 복지 증진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의원실 보좌진은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역 민원, 언론 대응의 1차 창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법안 입안, 정책 질의, 대국민 메시지, 토론회 준비까지 수많은 일을 챙겨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의원들은 주말이 되면 지역 이슈로 더 바쁘기 때문에 휴대폰은 휴일 없이 늘 곁에 둬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의원실에도 2030세대가 늘면서 휴식 권리 보장을 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 후보는 "여전히 국회의원실은 (연가 사용에 있어)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라며 "연가는 상식이자 권리다. 잘하는 의원실은 매달 상을 주고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후보는 또 국회 수당규정을 개정해 겸무 수당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국회 특별위원회를 진행하면 의원과 국회사무처만 수당을 받는데 보좌진만 제외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운전 업무에 대한 시간 외 수당도 마찬가지여서 이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밖에 국비 예산지원 형평성 제고, 불합리한 업무시스템 개선, 건강검진 항목 개선, 보좌진 교육 체계화, 휴게실 추가 신설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박 후보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인턴부터 보좌관까지 오래 근무해 의원실 사정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당직자인 원내대표 정책홍보국장을 역임해 당의 사정도 잘 알고 있다"라며 "특히 보좌진 복지에 큰 영향을 주는 국회 사무처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도 너무하네'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교육받으러 다녀오겠습니다'란 말 한마디하기 어렵고 국내 출장비가 인당 10만원(연간)으로 한정되는 등 보좌진들의 적나라한 현실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이정환 후보는 보좌진의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민주당 의석수가 지금은 많지만 내년 총선에서 그 숫자가 줄어 보좌관 채용 숫자도 줄지 않을까하는 우려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총선 때마다 보좌진들은 주로 평판조회를 통해 채용돼 온 게 관습인데 민보협이 구인·구직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보좌진 이력서를 받고, 이를 초선·비례의원실에 제공하면 고용환경이 좀더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비례의원들은 공천 과정에서 일종의 혜택을 받는 셈인 만큼 추후 당과 협의해 비례의원실 한 곳 당 2~3명의 기존 보좌진을 채용토록 의무화하겠다고 이 후보는 밝혔다.

이 후보는 "의원실을 돌며 보좌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육 연수에 대한 욕구가 높음을 확인했다"라며 "다른 공무원 직종이나 공기업에는 이미 존재하는 1년 이상 중·장기 해외 교육연수 제도를 신설하고 인턴 보좌진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사무총장 간담회 정례화를 통한 보좌진 처우개선 추진, 보좌진 모임 다양화, 보좌진 출마 기회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소통능력'으로 꼽았다. 이 후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이다. LH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대정부 투쟁을 했고 정부에 대해 불합리한 부분들을 많이 느꼈던 게 2016년 국회에 합류한 계기가 됐다.

이 후보는 "외부에서 오다 보니 적응에 힘들었는데 그 경험을 살려 민보협이 보좌진 교류에 도움이 되는 조직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협회원들 입장에서 의견을 많이 듣고 이해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선전 문구도 '경청하고 공감하고 행동하겠습니다'이다.

민보협 현장투표는 5일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사전 전자투표 기간은 4일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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