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제로콜라도 위험? '아스파탐' 발암물질 맞나요
캐러멜 색소, 고사리, 김치 등과 같은 등급
지난주 식품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소식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설탕이나 과당 대신 단맛을 내는 용도로 쓰였던 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는 겁니다.
아스파탐은 단맛이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데다 칼로리도 매우 낮아 제로 칼로리 음료에 주로 들어가는 합성감미료입니다. 인슐린이 전혀 없어 당뇨병 환자들도 문제 없이 먹을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펩시 제로 등 탄산음료, 막걸리, 과자 등에 아스파탐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지정됐다니 초비상이 걸릴 만하죠.
일부에서는 아스파탐을 사용한 브랜드와 제품들을 나열하며 '기피 리스트'를 만듭니다. 기업들 역시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를 찾고 있다"며 레시피 교체를 고려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스파탐이 진짜 위험한 물질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IARC가 왜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지정했는지, 실제 아스파탐을 얼마나 먹어야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지 말이죠.
우선, IARC의 발암물질 등급을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IARC는 발암물질을 1군부터 4군까지 총 5개 군으로 분류하는데요. 3군과 4군은 암과 연관성이 없거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구요. 1군과 2A군, 2B군이 암과 관련 있는 물질입니다. 이 중 아스파탐은 2B군에 포함됩니다.
1군은 암과의 연관성이 확실히 밝혀진 물질들입니다. X선, 고엽제, 석면, 벤젠, 카드뮴 등은 물론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 술에 들어가는 에탄올도 1군 발암 물질로 지정됐습니다.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됩니다. 인체 대상 연구에서 제한적인 증거가 나타난 물질들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DDT, 돼지고기와 소고기 등 적색육, 튀김류,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등이 해당됩니다. 교대근무와 야간근무 등도 암과 연관이 있는 2A군으로 등록됐습니다.
아스파탐이 있는 2B군은 동물실험에서 암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포함됩니다. 조리를 하지 않은 고사리, 피클과 김치 등 절임채소류, 휘발유, 경유, 배기가스, 나프탈렌, 캐러멜 색소(4-메틸이미다졸) 등이 있습니다.
롯데칠성의 펩시가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지목돼 논란이 됐죠. 롯데칠성도 글로벌 본사인 펩시코와 협의해 아스파탐을 다른 감미료로 대체할 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발암물질 2B군인 캐러멜 색소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한 잔 이상 마시는 커피도 원래는 아스파탐처럼 2B군에 속한 발암물질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 제외됐죠. 커피의 안정성이 입증돼서가 아니라 65도 이상의 모든 뜨거운 음료가 2A군에 편입됐기 때문입니다. 커피, 녹차, 홍차의 '발암 등급'이 아스파탐보다 높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면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겠죠. 김치나 오이피클, 단무지를 암에 걸릴까봐 먹지 않는 분은 없을 테니까요.
물론, 발암물질에 포함되지 않았던 아스파탐이 이번에 2B군에 포함된 것처럼, 앞으로 또다른 암과의 연관성이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아스파탐은 1965년 개발된 이후 끊임없이 유해성 논란이 있던 물질이기도 합니다.
혹시 모르니 미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주장은 언제나 타당합니다. 다만 이를 두고 아스파탐을 먹으면 곧바로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할 필요도, 아스파탐이 들어간 식품들에 공포를 가질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WHO가 설정한 아스파탐의 일일 권고 섭취량은 ㎏당 50㎎입니다. 성인이라면 매일 콜라 10ℓ 이상을 마셔야 간신히 일일 권고 섭취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조금은 마음이 놓이시나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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