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본인이 물러나” vs 추미애 “文이 종용”
추 전 장관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청와대의 요구에도) 사직을 거부했고 사직서를 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오마이 TV' 출연에 이어 과거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던 배경에 문 전 대통령의 강압이 있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2020년 12월 16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이 새벽에 이뤄지고 아침에 출근 직후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으로부터 사직서를 내달라고 전화를 받았으나 명확하게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에 제가 (청와대로) 들고 간 징계 의결서가 대통령 서명으로 집행된 직후 바로 대통령의 '물러나달라'는 말씀으로 제 거취는 그 순간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므로 저의 사직서가 필요 없어져 버렸다"고 부연했다.
추 전 장관은 "그럼에도 저녁 때까지 청와대는 사직서를 내라고 촉구했으나 따를 수가 없었다"며 "대신 저녁 8시경 촛불국민에 대한 저의 마음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으로 제 심경을 전했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2월16일 문 전 대통령에게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해 1월 임명된 추 전 장관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추진하며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사퇴를 종용한 배경에 대해서는 "당에서 재보궐 선거를 치러야 하니 검찰 이슈가 퇴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저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 정부 출신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최 전 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추 전 장관) 본인이 본인의 뜻으로 당시에 장관을 그만둔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문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은 우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제가 잘 알지만 문 대통령이 '그만두라' 그렇게 얘기 안 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누구 보고 딱 잘라서 '그만두라'고 하실 분도 아니다"고 강변했다.
민주당은 추 전 장관의 폭로로 촉발된 사퇴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비화하는 게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문 정부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야권 분열로 비칠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할 이야기들도 많이 있지만 결국 제가 여기에 말을 보태게 되면 내부 싸움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많이 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고 의원은 "저는 진흙탕 싸움은 별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거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하는가"라며 "저까지 그런 말들을 보태는 것은 민주당한테도 또 국민들에게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친여 성향의 정치평론가인 전원책 변호사는 추 전 장관의 폭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줄 서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전 변호사는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사이의) 이 전쟁판에서 나는 이제 이 대표에게 줄 서겠어. 나는 이제 줄 설 거야(라는 뜻)"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가장 바보가 된 사람은 사실은 문 전 대통령"이라며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잊히고 싶다, 잊히고 싶다 노래를 부르면서 평산에서 책방도 열어놓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만나서 대통령 문양이 든 술병 앞에 보란 듯이 딱 놔놓고 술도 따라 먹었다"고 꼬집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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