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의사를 부족하지 않게 만드는 의사협회의 마법

2023. 7.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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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교수)

[편집자주]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의사 수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되나 의료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사 배출을 늘리는 것과 함께 '나쁜 의료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논쟁적 존재'가 되는 김 교수가 앞으로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를 통해 의료계 문제를 진단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참석 패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 의과대학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예전과 달리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숫자를 제시했다. 의사협회는 어떻게 의사가 없어서 응급실 뺑뺑이가 계속되고, 연봉 5억~10억원을 준다고 해도 지방 병원이 의사를 못 구하는 대한민국을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 나라로 만들었을까? 참으로 마법 같은 일이다.

첫 번째 마법은 덧셈해야 맞는데 곱셈해서 의사 수를 부풀리는 마법이다. 2010~202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활동의사 수는 연평균 3172명씩 늘어났다. 앞으로 의사가 얼마나 늘어날지 계산하려면 매년 3172명을 더해야 하는데, 협회는 덧셈하는 대신 연평균 증가율 2.84%를 곱해서 의사 수를 계산했다.

추계 오류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렇게 하면 2047년에 그 전해 대비 의사가 7631명이나 늘어나는 마법이 일어난다. 실제 매년 늘어나는 의사 수는 3172명인데 이를 2.4배한 수를 곱하기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2047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아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편다. 대한민국 성적 상위 1%라고 자부하는 의사들을 대표하는 협회가 잘 모르고 덧셈 대신 곱셈을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두 번째 마법은 협회에 유리한 숫자와 사례만 골라서 사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앞으로 인구가 줄어드니 필요한 의사 수도 줄어들기 때문에 의사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만 강조하고 노인이 늘어나 의사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모르는 체한다. 2021년 대비 203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는 0.3% 감소하는 반면 노인이 늘어나면서 입원은 44%, 외래진료는 14%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대비 2030년 인구 수, 입원일수, 외래이용 횟수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유리한 자료만 골라서 사실을 왜곡하는 협회의 마법은 현란하고 과감하다. 우리나라 의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수입이 많은 개원의는 빼고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봉직의사 수입만 이야기한다. 봉직의 수입과 다른 직종과 비교할 때도 직종별 평균 임금을 사용하지 않고 월급이 많은 회사를 골라서 비교한다. 의사를 늘리면 의료비가 증가하니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사 공급 부족으로 의사 수입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이 OECD 국가 대비 매년 10조원을 국민들이 건강보험료와 진료비로 더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평소엔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다가도 의대 증원 문제만 나오면 꼬박꼬박 한의사를 포함한 의사 수를 내놓는다.

세 번째 마법은 대한민국을 의료선진국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서 의사 수가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OECD 보건의료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대한민국 의료는 중하위권이다. OECD 주요 평가지표 12개 중 우리나라가 평균 이상인 것은 1개에 불과하고, 평균 7개, 평균 이하 4개 지표였다.

대한민국 의료 성적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선진국 의료체계를 비교하는 다른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대부분 중간 수준이다. 협회는 우리나라처럼 국민들이 자유롭게 기다리지 않고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진료 시간은 외국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고 만성질환은 잘 관리되지 않는다.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과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률은 우리나라보다 외래를 3분의 1밖에 이용하지 않는 캐나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골에는 동네 의원도 부족하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내과, 가정의학과 의사가 부족한 탓이다.

OECD 통계 중 유일하게 평균 이상인 치료 가능 사망률도 의료수준이 높아서 좋다고 해석하기 어려운 지표다. 사망의 대부분이 치료 가능 사망률을 계산할 때 제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환자가 적기를 놓쳐 숨졌더라도 교통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치료가능 사망률을 계산하는 데 포함되지 않는다. 감염성 질환의 6%, 심뇌혈관 사망의 18%, 암 사망의 42%만 치료 가능 사망에 포함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6.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협회 주장은 궤변에 가깝다. 의사 면허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할 때는 헛웃음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국민들은 협회의 주장이 가짜 뉴스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언론의 기계적인 균형 보도 관행 때문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엇갈릴 때 언론은 당사자들의 주장을 검증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친다. 그 토론회에서 협회가 덧셈 대신 곱셈을 해서 의사 수를 부풀렸다는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언론의 철저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료관리학 교수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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