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순수 우리기술'로 13층까지…초고층 모듈러 기틀 닦았다

황보준엽 기자 2023. 7. 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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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번째로 13층 모듈러 기술 확보…40~50층 시간문제
모듈 제작사·시공사에 기술 무상 제공…"경쟁력 높이겠다"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주택의 모듈 양중 및 적층 모습./건설연 제공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모듈러 건축이 새로운 미래 건축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들어진 주택을 '레고'처럼 쌓아 올리는 공법인 모듈러 건축은 주택 자재와 부품 70~80%를 사전 제작 후 현장에서 건물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 건축공법 대비 20~30%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제조공장에서 상품을 찍어내는 듯한 방식이라 숙련공도 필요하지 않다. 단순히 주택에만 쓰이는 것이 아닌 학교 등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건설연 제공)

◇10년여의 연구 끝에 중고층 모듈러 기술 개발

우리나라의 모듈러 건축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모듈러 주택 시장이 형성된 지는 10년 남짓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은 편이다. 영국과 싱가포르 등이 50층 이상의 모듈러 주택을 쌓아올릴 동안 국내는 최고층이 12층 수준으로 '꼬마 주택'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젠 초고층 모듈러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는 얼마 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주택 실증사업을 통해 증명됐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발주했으며,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국가 R&D사업으로 진행됐다.

해당 주택은 총 106가구 규모로 13층인 국내 최고층의 모듈러 주택이다. 기존의 최고층(12층)과 1층 차이에 불과하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13층 이상 모듈러 건축 기술을 100% 순수 국내 자체 기술로 확보한 것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기까지는 10년여가 걸렸다. 지난 2013년 4월에 출범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중고층 모듈러 연구단은 국내 현실에 가장 적합한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의 표준을 제시하고 기술을 국내 건설사 및 모듈 제작사 등에 무상으로 보급했다.

배규웅 건설연 중고층 모듈러 연구단장은 "13층을 우리 기술로 확보한 것은 고층화를 위한 중요한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는 것으로, 앞으로 40~50층을 달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모듈러 보, 기둥 3시간내화 인정구조./건설연 제공

◇걸림돌 '내화구조' 등 기술 개발…"K-모듈러로 세계 시장 선도"

건설연은 중고층 모듈러 건축의 걸림돌이던 △지진에 대한 안전성 △화재에 대한 안전성 △운송 및 양중 안전성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큰 지진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접합부 기술을 확보했고, 화재 시에도 3시간 이상 견딜 수 있는 내화기술을 확보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

13층 이상 건물의 경우, 기둥과 보는 3시간 이상 화재에 안전해야 하는 내화구조안전성능을 국가로부터 시험을 통해 인정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또 모듈을 운반할 때 파손되는 것을 예방하고, 고층으로 쌓아 올리면서 문제가 되는 모듈의 제작오차와 현장 시공오차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모듈을 생산 후 공장에서 현장으로 운반 시 도로의 회전각, 과속 방지턱, 과속, 급정거 및 급출발로 인해 모듈이 손상되는 일이 잦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도로여건은 도로의 굴곡도가 심하고, 방지턱이 높고 좁아 모듈 운반에는 불리한 환경인데, 충격저감장치 개발로 안전하게 모듈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

중고층 모듈러 연구단은 13층 철골모듈러 아파트 기술을 개발하면서 어디서나 그대로 적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범용성을 높였다. 약간의 설계 변경만 거치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모든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수준으로 표준화도 거쳤다.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시공을 맡았던 현대엔지니어링과 금강공업도 이 기술을 기반으로 건축했다. 앞으로도 연구단은 여타의 모듈 제작사와 시공사에도 모든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배규웅 단장은 "연구단 구성원 모두가 10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 세계 6번째로 13층 모듈러 건물을 완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켰고,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초고층 모듈러 건축 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나라 고유의 K-모듈러 공법을 완성해 나아갈 것이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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