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과거 발언·입장 뒤집기… 與도 野도 ‘자가당착’ [정치권, 日 오염수 '정쟁']
정치권은 ‘당리당략’에만 골몰
與 “괴담정치로 국민 불안 키워”
野 “IAEA 보고서 日 개입 의혹”
IAEA 보고서 공개 임박… 여야 대기령
김기현 “광우병 신봉자 모습 그대로”
윤재옥 “野 방류거부 결의안은 폭주”
野 “보고서 日에 유출 의혹 해명부터”
민변·민주노총 등 정부 소극대응 비판
당정 “오염수 안전성 확인되더라도
후쿠시마산 수입 금지 지속하겠다”
IAEA 총장, 韓 등 방문 설득 전망
日 NRA 검사종료증 교부만 남아
국민의힘 성일종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IAEA 검증결과 보고 후속대책 간담회’에서 “IAEA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검증 결과를 이번 주 발표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문재인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민주당도 이 결과 보고서를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격했다.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 IAEA 국제검증단에 파견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가 참여한 결과물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라는 비판이다. IAEA는 이르면 4일 일본 정부에 보고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성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야당이던 2020년 10월 당시 문재인정부를 향해 “후쿠시마 방류에 더 철저히 대비하라”고 요청했고, 이듬해 4월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정부가 2021년 7월부터 후쿠시마 방류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조치를 했는데, “이러한 조치를 촉구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라고 역설했다. 성 위원장은 “윤석열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찬성하지 않는다”며 “문재인정부 때부터 해 왔던 조치들을 그대로 승계하고, 더 촘촘하게 챙기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이던 2020년 10월 ‘제주와 대한민국은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했다. 또 김기현 대표도 2020년 10월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염수가 1∼2년 정도 걸려 동해로 흘러들어 온다는 그린피스나 일본 가나자와대·후쿠시마대 등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고, 오염수와 관련해 국제 소송과 가처분신청도 해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여당은 야당의 일본 오염수와 관련한 주장이 괴담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뜩이나 힘든 민생에 민주당발 제2의 광우병 괴담 정치로 불안감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는 민주당 임종성 의원의 토요일 집회 발언은 15년 전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마시겠다고 헛소리로 떠들던 광우병 사이비 종교 신봉자들의 모습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텅 비어있는 일본산 가리비 수조 3일 대구 북구 매천동 수산물도매시장의 일본산 가리비 수조가 텅 비어 있다. 당정은 이날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기간 제한 없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
민주당 후쿠시마원전오염수해양투기저지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유튜브 매체 ‘더탐사’가 제기한 일본 정부의 IAEA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모니터링 개입 의혹에 대해 우선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제보받은 녹취록을 근거로 IAEA가 일본으로부터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의 대가성 금품을 받았고 일본 외무성이 사전에 IAEA로부터 보고서를 받고 수정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와 환경단체, 종교단체 등은 잇따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야권을 거들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윤석열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를 위한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했다. 오는 21일까지 청구인을 모집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 전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이 일본 핵 오염수로 국민들의 먹거리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간담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당정은 IAEA가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확인하더라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기간 제한 없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국제사회, 일본과의 협의 등을 통해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과정에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참여해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 위축으로 인한 어민·수산업 피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전방위적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염수 해양 방류 준비 끝낸 日… 주변국 여론 살피며 시기 저울질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4일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일본 정부는 주변국 및 국내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구체적인 방류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지난달 30일 끝낸 오염수 방류 시설 최종 검사에 대한 종료증명서가 이번주 발부되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방류가 가능하다.
그는 4일과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내 각국 특파원들에게 보고서 내용 및 그간 IAEA 활동 등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5일에는 후쿠시마 원전을 직접 찾는다. 그로시 사무총장 방일을 계기로 후쿠시마 원전에는 방류와 관련된 사안을 확인하는 IAEA 현장 사무소가 설치된다.
IAEA 보고서가 공개되면 오염수 방류를 위해 남은 마지막 형식적 절차는 NRA 검사 종료증명서 교부다. 지난달 30일 최종검사를 마친 NRA는 오는 5일 정례회의 때 관련 내용을 보고하며 이번 주내에 종료증명서가 교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의 방류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후쿠시마 및 인근 지역 어민들의 여론을 주시하며 구체적인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 설득을 두고는 그로시 사무총장이 일본 방문 후 한국, 뉴질랜드, 남태평양 섬나라인 쿡제도를 방문해 IAEA 검증 내용을 설명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3국 방문을 통해 주변국과 태평양 섬나라에서 오염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 외교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방류 시기 결정을 두고 국내외 여론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방류의 안전성,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데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이려 하겠지만 시기를 ‘올해 여름’으로 공언해 온 만큼 이에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병욱·유지혜·김병관·박진영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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