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소 이주노동자 임금최저선 인하…“한·EU FTA 위반 가능성”
한국 조선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규제를 완화하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EU FTA 13장(무역과 지속 가능한 발전) 이행점검에 대한 EU 측 자문단 대표를 지낸 톰 젠킨스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한국 경영계가 조선소 이주노동자의 임금 최저선을 낮춰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라는 제목의 영문 기사를 공유한 뒤 “한·EU FTA를 위반한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29일 5대 분야 총 171건의 규제 완화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 경총은 인력관리 분야 규제 완화와 관련해 “선박은 수주했으나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배 만드는 기간이 지연되고 있는 조선업은 특정 활동 외국인력(E7)의 고용 한도를 대폭 상향하고, 국민총소득(GNI) 기준이 적용되는 특정 활동 외국인력의 임금 관련 규제도 개선해달라”고 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E7 비자를 발급받은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별개로 GNI 80%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경영계 요구를 수용해 올해 1월부터 중소·벤처·비수도권 중견기업만 ‘GNI 70% 이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경총 건의는 이를 더 완화해달라는 취지다.
젠킨스가 한국 정부가 경영계 요구 수용 시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목한 조항은 한·EU FTA 13.7조(자국법 등의 적용·집행상 보호 수준 저하 금지)다. 해당 조항은 ‘무역·투자 촉진을 위해 국내법상 노동·환경의 보호 수준을 약화 또는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젠킨스는 “조선소 이주노동자 임금 최저선을 내리는 것은 노동보호 약화다. 특히 조선업은 한국의 수출에서 주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는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한 EU대표부가 이 부분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 처우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EU 측에서 조선소 이주노동자 임금 규제 완화 흐름이 한·EU FTA 위반일 수 있다고 지적이 나온 만큼 양측 자문단이 모이는 시민사회포럼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EU FTA 13.13조는 양측 자문단이 최소 1년에 한 번 시민사회포럼을 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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