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동차 공장을 로켓 공장으로 개조했죠” 독일 우주기업의 역발상
“한국도 차·반도체 역량 활용할 방법 찾아야”
미국의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독점하고 있는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격 경쟁으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스페이스X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 한국보다 앞서서 우주 발사체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주요 고객인 위성 기업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독일 발사체 기업인 로켓팩토리 아우크스부르크(RFA)는 자동차 산업 기반 시설(인프라)을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발사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스페이스X의 재활용 발사체를 따라가는 대신 제조업에 오랜 강점이 있는 독일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RFA는 지난달 28일 제주 서귀포 그랜드 조선 제주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스페이스 서밋2023(ISS2023)’에서 자동차 생산 공정을 적용해 발사체의 대량 생산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ISS 2023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장 필리프 디보 RFA 영업이사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기존에 구축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해 고객이 원하면 언제 어디서든 발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형 발사체 시장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보 이사는 자동차 생산 공정을 발사체에 적용할 수 있다면 비용 절감과 더불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의 기반 시설을 활용하면 발사체 비용을 최대 50배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렌드가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시장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신기술 개발과 발사체 제작에 드는 시간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있는 만큼 뉴스페이스 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인재 수급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FA는 새로운 생산 공정을 도입해 발사체 비용을 낮춘다는 목표에 우선 도전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팰컨9을 통해 1년에 3차례 발사에 나서고 있으나 향후 2년 동안의 예약이 이미 끝난 상황이다. 위성 발사 수요에 비해 발사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제때 위성을 발사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보 이사는 “지금 스페이스X를 통해 위성 발사 계획을 세운다면 실제로는 2025년 이후에나 발사할 수 있다”며 “우리는 자동화된 자동차 생산 공정으로 발사체 대량 생산을 이루고 고객이 원하는 시기라면 언제든 발사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잘 구축된 산업 생태계를 활용해 우주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구 저궤도부터 정지궤도까지 다양한 궤도에 위성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도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춘 만큼 이같은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보 이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 기아가 발사체에 관심을 가지면 아주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 산업에서도 고성능 우주 반도체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넓힐 잠재력이 큰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 산업에서 새로운 도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내놨다. 유럽우주청(ESA)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같은 정부 기관이 주도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기관이 이끄는 우주 개발 연구는 한국과 유럽 모두 우주안보라는 최소한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산업계의 노하우를 활용한 도전적인 시도가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에서 이런 전략을 시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전 세계의 우주 기업이 한국을 아주 중요한 사업 파트너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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