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외인 투자 감소세… 反간첩법에 투자매력 떨어진 중국
위드 코로나에도 경제 둔화·지정학 긴장 여전
대외 개방 강조하며 반간첩법으로 기업 옥죄기
“악화된 기업 심리 하룻밤새 되돌릴 수 없어”
지난달 29일 오전, 중국 상하이 최대 번화가인 난징루. 오가는 사람은 물론 차량도 적어 거리는 한산한 편이었다. 평일인 데다 날씨까지 푹푹 찌는 탓인 줄 알았지만, 수년간 이 구역을 맡아왔다는 한 환경미화원은 “전염병(코로나19)이 시작되고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크게 줄어서 그렇다”며 “전염병이 끝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 이 길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금융 허브인 상하이에 외국인 인재와 자본이 조금씩 복귀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마저도 또다시 얼어붙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불투명한 법 체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반간첩법 시행으로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과 달라 외국인의 투자심리 회복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상하이시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5월 상하이의 실질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총 16억2500만달러(약 2조134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15억9600만달러·-43.6%)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줄었던 상하이시 실질 FDI는 올해 들어 늘어나기 시작, 3월 28억3900만달러로 증가폭을 50.6%까지 키운 바 있다. 그러나 4월(17억4600만달러·9.5%) 들어 둔화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5월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다른 지표에서도 읽을 수 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중국 공산당 상하이시위원회 조직부 상무부부장을 맡고 있는 차오위안펑 시위원회 인재판공실 상무부주임은 한 포럼에서 “(현재까지) 발급된 외국인근로허가증은 누적 39만4000부”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 38만건이 발급된 것과 비교하면 1만4000부(약 3.7%)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단 외국인 관광객까지 모두 포함한 공항 승객 수는 1~5월 약 168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배 늘었다.
상하이의 외국인 인재·자본 복귀 속도가 더딘 것은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기 위해 인구 2500만 대도시인 상하이를 지난해 3월 말부터 약 두 달간 전체 봉쇄했다. 예고 없이 단행한 봉쇄로 시민들은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식재료도 구하지 못해 고통을 받아야 했는데, 특히 공산당의 막무가내식 조처와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상의) 상하이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에 거주하던 독일인은 25%, 프랑스인·이탈리아인은 각각 20%씩 감소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 해도, 이때의 경험이 여전히 외국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중국 내 기업 경영 환경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EU상의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4%가 중국에서 사업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는 EU상의가 지난 2014년부터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응답률이다. 제로 코로나 폐지에도 중국 경제 성장률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딘 데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지정학적 긴장도 여전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규제 환경 역시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반간첩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간첩행위의 대상으로 ‘기존 국가기밀’에 ‘국가안보와 이익’을 추가했는데, 이와 관련한 문건과 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할 경우 간첩 행위가 될 수 있다. 외국에 비밀을 넘기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중국 내 정보, 통계 등을 검색·저장하거나 주고받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기업이 긴장하고 있는데, 특히 글로벌 싱크탱크와 컨설팅 회사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들어 중국은 글로벌 투자자와 다국적 기업이 중국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단속을 강화했는데, 이는 해외 기업의 (대중국) 투자 욕구를 떨어뜨렸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 발전이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라고 반복해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 보호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에도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를 만나 “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와 이익을 더욱 잘 보호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중국 정부의 행동은 이와 정반대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상하이시 당국의 경우 ▲상하이 내 본사 설립 지원 ▲해외 기업과 국내기업에 동일한 우대 정책 지원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 대상 재정·세제 지원 확대 ▲외환 등록 절차 간소화 ▲외국인 인력 교류 촉진 등의 대책을 내놨다. 리창 중국 총리 역시 최근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기업인들에게 “중국은 당신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대외 개방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EU상의는 “지난 3년간 기업 심리는 크게 악화했고, 하룻밤 사이에 되돌릴 수 없다”며 “중국의 도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경영 환경으로 인해 유럽 기업의 투자 및 운영 전략은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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