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인수하면 그때가 꼭지”… 재무 악화 ‘부메랑’

연선옥 기자 2023. 7.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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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케미칼 인수 이후 2년 반 만에 최저가

지난해 롯데그룹에 인수되며 간판을 바꿔 단 동박업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주가가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너무 비싼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고, 이 결정이 결국 자금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주가가 모두 하락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는 최근 4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가 5만원 아래로 하락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롯데그룹은 전기차 전환에 따라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자 소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동박 1위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 흐름만으로 인수 성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가 하락은 단순히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새로 편입된 그룹의 유동성 상황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고가 인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 생산 공정./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식이 5만~6만원 수준에서 움직일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100% 정도 반영해 주당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했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은 30% 안팎에서 결정되는데, 롯데케미칼은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동원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회사를 인수하면서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했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1조7000억원은 금융권 차입으로 충당했고,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계열사 롯데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자금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8조원을 넘었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낮췄고, 한국신용평가는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의 경우 신용등급을 한 단계 추가로 강등하면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A등급 이하가 된다.

자금 차입 규모가 늘어나고 신용도도 하락하면서 차입 비용도 크게 늘어나게 됐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앞으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감가상각비 증가가 수익성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부채비율을 70%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인데, 업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자산 매각, 증자 등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 롯데케미칼을 모회사로 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한 증권 관계자는 “모회사 재무 여건이 악화하면 필요한 투자가 지연되거나 계열사 여유 자금을 끌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가에 악재”라고 설명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롯데그룹이 인수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사례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롯데그룹이 회사 인수를 결정하면, 그때가 회사 꼭지(주가 최고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샘이다. 롯데쇼핑은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지난 2021년 한샘을 공동으로 인수했다. 총인수 금액은 1조5000억원으로, IMM이 설립한 PEF에 롯데쇼핑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300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인수가는 주당 22만원 수준었는데, 현재 한샘 주가는 4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롯데렌탈이 인수한 쏘카도 마찬가지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3월, 쏘카가 상장하기 전 지분(구주) 13.95%를 1750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는 4만5000원이었는데, 불과 5개월 뒤 상장한 쏘카의 공모가는 2만8000원으로 책정됐고, 현재 주가는 1만5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에코프로 등 배터리 소재 기업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같은 동박 업체는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구리를 얇게 펴 만드는 동박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에 들어가지만, 대규모 증설에 나선 중국 업체와 경쟁이 심화했다. 전기 요금 인상 등 원가 부담도 크게 늘어나 2분기 실적 또한 어닝 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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