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9개월 뒤 치르겠다는 PI첨단소재 인수자... 글랜우드PE, 이번엔 잘 팔까
아케마와 시너지 덕에 완주 가능성은 높아
경기 침체로 주가 급락 시 무산 되풀이 우려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PE가 폴리이미드(PI) 필름 제조사 PI첨단소재 매각 거래를 완주할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집중된다. 새 인수자로 글로벌 화학 회사 아케마가 등장했는데, 거래 종료까지 9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반년 만에 새 인수자를 찾았지만 잔금 기일이 너무 길어 거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PE는 지난달 28일 아케마에 PI첨단소재 지분 54.08%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1조원으로 책정됐다. 아케마는 2006년 프랑스 토탈의 석유화학 부문이 분사해 설립됐다. 시가총액 9조원의 글로벌 3대 화학 회사로 꼽힌다.
주목할 부분은 거래 종료 예정일이 내년 3월 31일이라는 점이다. 매각 완료까지 9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은 것이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보다 잔금 납부 기한이 늦게 설정되면서 인수자인 아케마 측의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특히 이번 M&A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에서 기업결합 신고 통과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케마 측은 먼저 중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상황으로 승인 시기를 3개월 뒤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9개월이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며 “경기 침체로 이익이 꺾이고 주가도 같이 내려가면 거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글랜우드PE 관계자는 “시간을 넉넉히 잡은 것은 아케마가 한국과 중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넉넉하게 기한을 설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PI첨단소재 매각은 한 차례 파기된 적이 있다. 글랜우드PE는 지난해 6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와 1조2750억원에 PI첨단소재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같은 해 12월 무산됐다.
당시 베어링PEA는 PI첨단소재가 중국 당국에 신청했던 기업 결합 승인이 늦어진 것을 계약 파기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계약 체결 당시 5만원대였던 PI첨단소재 주가가 이후 3만원대까지 급락하고,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인수금융 금리가 급등한 것이 부담이 되자 계약을 파기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가 급락이 거래 완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거래의 경우 인수자가 단순 재무적투자자(FI) 수준이 아닌 만큼 거래가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기업 가치를 상승시켜 되파는 전략을 구사하는 PEF와 달리 아케마 그룹은 PI첨단소재 인수로 사업적 시너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9개월이라는 시간이 이례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인수자 측의 성격이 지난번과 다르고, 과거 계약이 불발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같은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PI첨단소재가 베어링PEA에 인수됐다가 불발되는 과정에서 성장이 정체된 만큼 기업 경쟁력이 악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매각 결정 시점인 지난해 6월부터 반년간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모두 미뤄졌기 때문이다. 아케마 측이 지불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64%로 베어링PEA의 인수 시점(59%)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아케마의 PI첨단소재 인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오랫동안 지속됐던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 불확실성을 해소할 뿐 아니라 특수 화학 소재 부문에서의 중장기 사업적 시너지가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아시아 위주의 시장이 아케마의 사업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PI첨단소재의 2분기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전망이다. 지난 1분기는 영업적자가 마이너스(-) 117억원을 기록했다. 전날 PI첨단소재 주가는 인수 발표 직전인 지난달 27일(3만8700원)보다 1500원(3.87% )하락한 3만7200원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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