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좀 더" 잇단 유상증자, 개미들한테 손 내미는 바이오

지용준 기자 2023. 7. 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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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유동성에 크리스탈지노믹스·파멥신은 경영권도 포기
바이오 기업들이 올 들어 잇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유상증자는 상장 기업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 방법으로 기존 주주나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바이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 들어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는 바이오를 향한 투자 악화로 이어졌고 기업들은 유동성이 마르는 등 자생 능력만으론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는 상장 기업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다. 기존 주주나 제3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 등이 있다. 전환사채(CB)나 은행 차입과 달리 이자가 없고 신주 발행만으로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기존 주주는 주식가치 희석을 감당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연구비가 부족해"… 대부분은 "빚 갚느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 기업 보로노이는 코스닥 상장 1년 만에 첫 유상증자에 나섰다. 유상증자 규모는 450억원이며 발행 예정 주식 수는 128만7600주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일반 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 참여 시 1주당 신주 0.1주를 배정받는 구조다.

최대주주인 김현태 보로노이 대표(501만476주·38.9%)는 유상증자로 부여되는 배정주식(50만1048주)에 전량 참여할 계획이다. 보로노이는 이번 유상증자로 모인 자금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11의 자체 글로벌 임상에 활용한다.

셀리드는 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30억원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AdCLD-CoV19-1 OMI)의 글로벌 임상 3상에 투입한다. 나머지 70억원은 항암 면역 치료 백신 파이프라인의 개발 가속화를 위해 사용한다.

이외에 ▲에스디바이오센서(3104억원) ▲진원생명과학(818억원) ▲CJ바이오사이언스(650억원) ▲클리노믹스(446억원) ▲에스씨엠생명과학(316억원) ▲엘앤케이바이오(260억원) ▲셀바스헬스케어(210억원) 등 여러 바이오 기업이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전 대표(왼쪽)와 유진산 파멥신 대표가 올해 최대주주에서 내려왔다. 인포그래픽은 창업자가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은 기업들. /그래픽=이강준 기자


경영권 포기하는 최대주주들


경영권을 포기하는 바이오 기업도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파멥신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크리스탈지노믹스는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1500만주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464만7696주를 발행해 580억원을 확보했다. 신주는 뉴레이크인바이츠가 전량 인수했다. 이로 인해 뉴레이크인바이츠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회사를 23년간 이끌어온 창업자 조중명 대표는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놨다.
파멥신은 3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3자 배정 대상자는 '파멥신 다이아몬드클럽 동반성장에쿼티 제1호'(파멥신다이아)라는 투자조합이다. 1067만2359주의 보통주 신주를 주당 2811원에 발행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되면 파멥신의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유진산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5.2%에서 3.7%로 쪼그라든다. 반면 파멥신다이아 지분은 29.4%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잇단 유상증자에 바이오 개미는 반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바이오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따갑다.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택했다. 이를 놓고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일반 개인 주주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고 개인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바이오 기업들의 유상증자 배경엔 채무상환이 엮여 있다.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2021~2022년 발행한 CB의 전환가격이 주가를 웃돌자 사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클리노믹스의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300억원을 2021년 발행한 CB의 상환 자금으로 활용한다. 엘앤케이바이오 유상증자 조달 자금 중 절반 이상인 150억원을 2021년 발행한 CB 상환에 사용한다.

유상증자가 주가 하락의 신호탄이 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투자자들의 참여를 위해 기존 주가보다 20~25%가량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진행돼 신주 발행 이후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주주들의 반감이 크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의 인수 대상자와 자금 조달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대주주의 참여 주식수가 높을 수록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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