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한화 9연승 이끌었던 국민 감독 "2005년보다 지금 전력이 낫다, 투수력 상급, 5강 싸움도…"
[OSEN=이상학 기자] 한화의 연승 행진은 ‘8’에서 끝났지만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오랜 암흑기를 딛고 무려 18년 만에 8연승까지 달리면서 팬심이 들썩이고 있다. 탈꼴찌에 성공하며 8위로 도약한 한화는 5위 두산에도 3경기 차이로 따라붙으며 5강 싸움에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한화의 8연승 과정에서 18년 전인 2005년 한화도 계속 소환됐다. 한화는 그해 6월4일 청주 두산전부터 6월14일 광주(무등) KIA전까지 무려 9연승을 질주하며 정규시즌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SK를 3승2패로 꺾는 업셋을 연출하며 잊지 못할 한 해로 장식했다.
당시 한화를 이끈 사령탑이 ‘국민 감독’ 김인식(76) 전 감독이다. 2005년은 김 전 감독 부임 첫 해로 시즌 전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됐다.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팀을 맡았지만 믿음의 야구로 베테랑 선수들을 되살려냈고, 장타력을 살린 공격 야구와 적재적소의 투수 운용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18년 전 9연승을 이끈 김 전 감독도 최근 한화의 연승 행진을 보며 감회가 새롭다. 김 전 감독은 “전력상으로는 지금 한화가 2005년보다 더 낫다고 본다. 투수가 상위 클래스다. 숫자상으로 비슷한 기량을 가진 투수들이 많다. 투수가 안정되니 타선도 터지고 있다”며 마운드의 힘을 가장 큰 원동력으로 봤다.
김 전 감독 말대로 올해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은 5위(3.93)로 리그 평균을 웃돈다. 6월 이후로는 키움(3.55)에 이어 리그 2위(3.71). 1~3선발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가운데 불펜의 힘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2005년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이 8개팀 중 5위(4.41)로 투수력이 좋진 않았다. 류현진 입단 전으로 베테랑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지금 한화 마운드에는 젊은 피가 돈다.
투수가 중심이 되면서 야수들도 타격과 수비에서 힘을 내고 있다. 김 전 감독은 “이제는 노시환, 채은성뿐만 아니라 나머지 선수들까지 덩달아 치고 있다.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는 두고봐야겠지만 타선에 힘이 생겼다. 몇 점을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며 “수비도 좋아졌다. (2일) 삼성전에도 (3회 피렐라의 좌중간 2루타 때) 주자가 홈에 넉넉하게 들어올 것이라고 봤는데 릴레이가 잘 돼 아슬아슬한 승부가 되더라. 그런 수비만 봐도 팀이 안정세에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 평가했다.
최원호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도 김 전 감독은 “감독은 몇백 경기를 해야 평가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전임) 수베로 감독이 선수를 전체적으로 활용하려고 애를 썼다면 최원호 감독은 그 수를 줄여서 이기는 쪽으로 운영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 투수 운용에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고 봤다.
감독으로 17시즌 통산 2056경기 978승의 경력을 자랑하는 김 전 감독은 한화의 상승세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시즌 중후반 레이스에서 한화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기상으로 여름이고, 이제부터 여러 팀들이 투수 쪽에서 전력 누수가 날 것이다. 한화는 쓸 만한 투수들이 많아 다른 팀들보다 그런 부분에서 낫다. 5강 싸움은 충분히 된다. (5위와) 3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연승보다 연패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김 전 감독의 말이다.
긴 연승 다음에는 후유증이 오기 마련이다. 장마철 우천 취소가 적절히 겹쳐 투수력 소모가 크지 않았지만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젊은 선수들 특성상 지금 분위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 지난 2일 삼성전 패배(1-2)로 8연승이 끊긴 한화로선 4일부터 시작되는 롯데와의 대전 3연전이 중요하다. 4일 경기에 한화는 한승혁을, 롯데는 나균안을 각각 선발투수로 예고한 가운데 오후에 비 예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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