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꾸자’...식품기업이 개명에 나서는 이유는

윤정훈 2023. 7. 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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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식품기업, 글로벌·신사업 추진위해 개명중
삼양식품그룹→삼양라운드스퀘어로 60년만에 사명 및 CI 변경
롯데웰푸드, 롯데푸드 합병 후 해외사업 확장 위해 사명 교체
CJ제일제당, 매일유업 등도 현재 사명이 신사업 못담아 변경 고민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국내 식품기업이 반세기가 넘은 이름을 교체하며 환골탈태에 나서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신사업 추진과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낡은 간판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사명과 함께 새 출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사명 변경은 기존의 인지도와 브랜드가치를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위험이 뒤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기업 개명 현황[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그룹의 지주사인 삼양내츄럴스는 사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변경한다. 삼양식품그룹은 삼양식품을 제외한 계열사의 사명과 CI(상징이미지) 교체를 추진한다. 기존에 라면과 스낵류를 주력으로 했던 사업을 확장하고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삼양식품(003230)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부동산 투자·건설·임대·관리·중개·개발·분양 및 판매업과 관광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하늘·땅·사람을 풍족하게 만든다는 기업 철학 ‘삼양(三養)’과 심신의 허기를 채우고 사람을 연결하는 음식을 의미하는 ‘라운드’, 혁신 및 질서로 삶을 개선하는 과학을 뜻하는 ‘스퀘어’가 합쳐서 탄생했다.

삼양식품그룹 관계자는 “60년의 유산과 100년 기업을 향한 미래비전을 결합해 신규 사명과 CI를 만들었다”며 “모태 기업인 삼양식품 등 각 계열사의 CI도 순차적으로 변경하고 하반기 내 CI 리뉴얼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그룹의 새로운 CI(사진=삼양식품그룹)
앞서 롯데제과도 지난 4월 롯데웰푸드(280360)로 56년 만에 사명을 변경했다. 작년 7월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면서 넓어진 사업영역과 기존 사명이 맞지 않아서다. 기존의 제과사업에 더해 간편식, 육가공 사업 등을 포함하는 의미를 담았다. ‘건강’(Well)한 이미지와 해외사업 확장에 나서겠다는 재도약 의지도 반영했다. 롯데웰푸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해외사업을 확장해 현재 20%대인 해외매출 비중을 향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품이나 기업은 앞서나가는데 사명이나 브랜드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변경하는 것”이라며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만큼 소비자에게 매력적이고 친근감 있는 사명으로 바꾸는 것이 신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 CI(사진=롯데웰푸드)
hy는 50년 이상 사용한 ‘한국야쿠르트’라는 이름을 2021년 벗어던지고 hy로 사명을 바꿨다. 식음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유통과 소재 기업간거래(B2B) 사업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선포였다. 실제 hy는 사명변경 이후 2022년에는 스페인 식품기업 GB푸드의 러시아 사업권을 140억원에 인수했고, 올해는 800억원을 투자해 메쉬코리아(현 부릉)를 인수하며 종합유통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 매일유업(267980) 등도 사명 변경을 검토했다.

1953년 제일제당공업사로 출발한 CJ제일제당은 국내 3대 설탕회사이지만 회사 전체 매출에서 제당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다. 이에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사명에서 제당을 떼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경영진의 반대로 중단했다.

매일유업도 우유와 분유에 집중했던 기존 사업을 넘어 단백질 음료와 디저트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사명에서 ‘유업’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마로푸드→맘스터치앤컴퍼니 △삼립식품→SPC삼립 △할리스커피→할리스 △남양에프앤비→건강한사람들 △해태음료→해태htb 등이 사명을 바꾼 경우다.

사명을 변경하면 이미지 쇄신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존의 인지도가 사라지고 상품 패키지 등을 바꿔야하는 만큼 교체비용도 많이 든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명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곳으로 가겠다는 의지이지만 실제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수 십년간 쌓은 브랜드(기업) 가치를 새롭게 만들려면 수십억~수백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위험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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