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기부 하반기 유일한 변화…'납품대금연동제' 안착하려면

납품대금연동제, 하반기 달라지는 제도 중 중기부 유일 정책
법적인 토대는 마련…현장 안착 여부는 다양한 이견 감지
법적 제재 앞서 자발적 동참 필요성…동행기업 확대 필요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중소기업계의 지난 15년간의 숙원이었던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가 드디어 마지막 문턱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10월 4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지난 5월 3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현장안착 촉진대회’에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기부)

중소기업계는 납품대금 연동의 법제화가 이뤄졌다는 사실에 고무된 모습이지만 대·중소기업 모두 제도 연착륙에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조문에 우려하는 조항들이 있어서다.

이 제도가 첫 시행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는 건 그 만큼 양측의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다는 의미가 된다. 업종별로 특수성이 있어 천편일률적인 제도로 묶기 어려워서다. 일례로 최근 통과한 하도급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혜택을 넣어뒀다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삭제됐고 다시 정무위 소속 의원의 반발로 재논의까지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했다.

중소기업계 일각에서 우려하는 예외조항도 있다. 위탁기업이 소기업에 해당하거나 90일 이내의 단기계약 또는 1억원 이하의 소액계약인 경우에 예외가 발생한다. 수·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점도 그렇다. 계약을 단기로 하거나 소액 계약을 여러 차례로 하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고 갑을 관계가 명확한 대기업이 합의를 종용한다면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탈법행위에 대한 과태료 및 벌금 등 제재안을 만들었지만 법적 제재만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법’의 변화가 아니라 ‘문화’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법무법인들이 납품대금연동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추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법적 분쟁을 수임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성격도 짙다.

원청기업이 납품단가를 후려쳐서 이익을 추구하던 과거의 행태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의식이 명확할 때 납품대금연동제가 비로소 자리매김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의 숫자는 제도의 정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현재 납품대금연동제에 참여키로 한 원청기업(위탁기업)은 92개에 불과하다. 하청기업(수탁기업) 982개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납품단가연동제 동참을 적극 독려해야 할 이유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