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투자해 고액 월세 받아가세요" [현장]

김서온 2023. 7. 4. 05: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월 전국 주거시설 임대 월세 비중 60%로 역대 최고치
전셋값 상승, 역전세난 우려 확산…월세로 돌아선 세입자들
'공실 없이 세입자 들이는 임대관리 서비스' 내세운 곳도
오른 전셋값에 목돈 생긴 임대인들 '고액 월세용 갭투자' 찾아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구축·신축 아파트 몸값 오르는 것보다는 못하다고 느끼지만, 갭투자로 이 정도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으면 가성비가 꽤 괜찮죠. 시설관리나 임대관리까지 지원되는 곳이 많아 집주인이 별도로 신경 써야 할 것도 없고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요새 또 전세보다 월세 바람이 거세고 임대수요층도 많이 넓어져 투자해볼 생각입니다."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 물건 투자를 권유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올 하반기부터 역전세난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다. 지난 5월 서울과 전국의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임대에서 월세 비중이 60%에 육박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거시설 25만7천183건 가운데 월세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물건은 14만9천452건으로 전체의 58.1%에 달했다. 이는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확정일자 부여 현황이 처음 공개된 지난 2010년 7월 이후 월별 월세 비중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업계는 전셋값이 올라 보증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커진 데다, 하반기에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8천900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7천886건으로 41.7%를 차지했다. 지난 2월 43%에서 3월 38.6%, 4월 38.9%로 조금씩 줄다, 지난달 다시 월세 비중이 40%대를 회복한 것이다.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의 월세 비중도 3월 69.1%, 4월 70.3%에서 5월 71.4%로 높아졌다.

강남구 역삼동 일원에 소액을 투자해 고액의 월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매물 소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서온 기자]

월세를 찾는 수요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월 500만원 이상 고액 월세 거래 건수도 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월세 거래 건수를 조사한 결과 월 500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지난 2020년 231건에서, 2021년 764건, 2022년 1천136건으로 늘어났다. 월 1천만원 이상 고가 월세 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월 1천만원 이상 월세 거래는 23건에 불과했으나, 2021년 74건, 2022년 153건으로 2년 새 약 7배가 늘었다. 고액의 월세를 감당해야 함에도 거래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즉, 이처럼 임차인(세입자)들이 고액의 월세를 낸다는 것은 임대인(집주인)들이 고액의 월세 수입을 올린다는 의미다. 일반 월세 비중도 높아지면서 월세 형태의 주거방식이 선호되고 있는데, 이에 최근 임대차시장에서도 '소액을 투자해 고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부 주거상품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교통·생활 인프라가 잘 마련된 강남권에서는 시장 분위기가 좋아진 틈을 타고 월세 임대가 가능한 구축 물량에서부터 새 분양물량까지 이목을 끌고 있다.

용인 수지구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임대 놓고 있는 도곡동 아파트 전셋값이 4년 전 계약 당시보다 크게 올라 새 세입자를 들이면서 목돈이 3억원 정도 생겼다"며 "은행에 넣어둘까 생각했지만, 임대로 준 아파트 인근 소액만 있으면 20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꾸준히 받을 수 있다는 새 분양물량이 있어 이번 주 보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대가 가능한 주택 매입을 고려하고 있는 또 다른 50대 B씨는 "분양가가 6억5천만원인데, 전세 5억을 끼고 1억5천만원 투자하면 월세로 매달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 매물을 추천받았다"며 "마침 굴릴 수 있는 돈이 있는데, 보증금을 낮추면 300만원대까지 월세를 올릴 수 있어 고민 중"이라고 했다.

월세 수요는 늘고, 동시에 한 달 평균 월급을 웃도는 고액 월세 거래 건수도 많아지면서 임대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늘자 집주인들의 공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시설관리·임대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 한 채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 C씨는 "3년 전 전세를 끼고 소액을 투자해 오피스텔 한 채를 얻었다. 매달 월세로 180만원을 받는데 이 단지 절반이 임대사업자 물량이라고 들었다"며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이 아예 인근 부동산과 계약을 맺고 세입자가 끊기지 않게 들어올 수 있도록 관리해준다. 시설관리도 지원되고 보증금을 올리거나 내릴 때 부동산에 의견만 전달하면 된다. 직접 세입자랑 연락할 일도 없고 공실 없이 꾸준히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이 지금보다 더 심화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보증금 미반환에 대한 불안심리로 월세 비중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월세 인기가 높아지면서 소액을 투자해 고액의 월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 나선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세제 부담을 고려해야 하고 인기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공실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으니 유의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