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라면값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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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묘하다." 2011년 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국제유가가 많이 내려갔는데 국내 휘발윳값은 거의 제자리인 게 이상하다며 한 발언이다.
정유사들은 최근에도 유류세를 대폭 인하했는데도 기름값을 제대로 안 내려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횡재세'(초과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물건값이 싸져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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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묘하다." 2011년 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국제유가가 많이 내려갔는데 국내 휘발윳값은 거의 제자리인 게 이상하다며 한 발언이다. 지금처럼 물가가 고공행진하던 당시 대통령의 이 한마디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을 세밀하게 살펴보라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책당국과 정유업계는 가격을 내리라는 신호로 보고 좌불안석이었다. 당장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윤증현 장관과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장자원부) 최중경 장관이 총대를 메고 대대적인 현장조사와 회계장부 점검 등을 무기로 '묘한 기름값'의 정상화(?)를 압박했다.
결국 정유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출고가를 1리터에 100원씩 줄줄이 내렸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기업 경영자 출신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아는 사람이 더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유사들은 최근에도 유류세를 대폭 인하했는데도 기름값을 제대로 안 내려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며 '횡재세'(초과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물가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때때로 '인위적 가격조정'에 나서면 시장에서는 기업경영 시스템을 흔드는 과도한 개입 내지는 주주·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란 반발도 늘 뒤따랐다. 아무튼 물건값이 싸지면 여론의 긍정적 호응을 얻을 수 있으니 괜찮은 카드다. 소비자 입장에선 뭐든 싸게 사고 적게 내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라면값이 묘하다. 과잣값도 묘하고 빵값도 묘하다. 그러고 보니 전깃값도 묘하고 무슨 방송수신료도 묘하고 묘한 게 참 많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가격의 대폭 하락을 언급하면서 라면값 인상에 대해 사실상 문제를 제기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술 더 떠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라면업계는 사실상 백기투항에 들어갔다. '밀가루 원가' 얘기에 지레 겁을 먹은 과자·빵회사들도 줄줄이 가격인하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물건값이 싸져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상에 3대 거짓말이 있는데 이중 하나가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이라고 하니 가격을 낮춰도 별로 미안하지 않다. 오히려 "거봐 내릴 여력이 있으면서 엄살을 떨었네"란 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권력 디스카운트' '권력 세일'에 내심 박수를 치면서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해당 기업의 주주나 투자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다시 강조하지만 물가안정,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득달같이 가격을 올리면서 내릴 때는 왜 그리 더딘지 의문을 품은 사람 역시 한둘이 아니다. 다만 이를 빌미로 이권카르텔, 담합, 회계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사정당국의 압박성 조사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수사와 조사가 정치적·정책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그러면 정작 '정밀한 타깃'을 정해 제대로 조사하고 칼질을 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도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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