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자식·부모 다 데려와"…반도체 사활 건 독일, 이민법 손 본다

정혜인 기자 2023. 7. 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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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의회 '이주노동자 유치법' 승인…"독일 반도체의 다음 과제는 노동시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반도체 생산기지 건설을 위해 이민법 개혁에 나섰다. 막대한 지원금으로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투자를 끌어내며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 설립 계획 추진에 나섰지만, 이를 뒷받침한 인력이 부족해지자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 확보를 위해 이민법에 손을 댄 것이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현재 10% 수준인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수준을 2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기지 설립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으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이 부족해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독일 반도체 부문의 다음 과제는 노동시장"이라고 평했다. 유럽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꿈꾸는 독일은 이민법 개혁을 인력 확보 대책안으로 선택했다.
"부모님도 모셔 와라"…독일 '이주노동자 유치법' 통과
도이체벨레, BBC 등에 따르면 독일 의회는 지난달 23일 '이주노동자 유치법'을 통과시켰다. 그간 외국인 근로자는 독일 고용주의 채용 입증이 있어야만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 통과로 비EU 근로자들도 대학 학위나 직업 관련 자격증이 있다면 최대 1년간 독일에 머물면서 구직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학력, 독일어 능력 등의 취업비자 발급 기준도 낮아진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와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독일로 입국 중인 이민자들 /로이터=뉴스1

1960년대 독일 내 외국인 근로자는 경제에 도움을 주고 떠나야 하는 '손님(Guests)'으로 여겨지는 등 독일은 이민자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곧 은퇴를 앞두고 있고,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독일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BBC는 짚었다.

독일 정치권 내에선 '노동력 부족'이 독일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며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채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됐다. 독일 경제연구소 IW 쾰른(Koeln) 연구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독일 산업계 전체에서 6만2000명의 노동자가 부족했다.

특히 독일 반도체 산업의 엔지니어링 감독자의 33%와 전자 엔지니어링 전문가 28%가 향후 10~12년 이내에 은퇴 연령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돼 인력 부족 문제가 한층 심화할 것이라고 IW 쾰른은 지적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 교육, 숙련도 향상, 노동참여, 직장 문화, 이민 감소 등과 관련된 전략을 발표하며 노동력 부족 해결에 나섰고, 이민 정책에도 변화를 줬다. 독일 노동부 대변인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많은 독일인이 고령화로 인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있다"며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큰 상태"라고 말했다.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 있는 글로벌파운드기 반도체 제조 공장 /사진=블룸버그
"드레스덴공대 반도체 프로그램 참여 학생 57%가 인도 국적"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산업 관련 인력확보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남동부의 작센주이다. 작센주에는 EU 생산량의 3분의 1을 책임질 정도로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가 있다.

독일 대표 반도체업첸 인피니온, 글로벌파운드리와 엔지니어링그룹 보쉬가 작센주 생산단지에 공장을 두고 있다. 현재 작센주 내 반도체 산업 인력은 7만6000명이다. 현지 당국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 인력이 총 1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주도 드레스덴에서는 드레스덴공대, 헬름홀츠 연구센터,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의 협력으로 인재 양성 및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드레스덴 내 외국인 비율은 2014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드레스덴공대가 운영하는 반도체 제조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의 57%가 인도 국적이었고, 중국과 이란 학생도 많았다. 드레스덴에서 4년째 거주 중인 한 인도 학생은 블룸버그에 "독일은 (외국인) 학생에게 매우 친화적인 나라다. 교육 수준이 매우 높고, 생활비도 상당히 저렴하다"고 독일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인피니온은 이미 작센주에서만 50개국 이상의 국가·지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고, 글로벌파운드리에도 40개 이상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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