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개발, 서울 도시계획 방향키 될 것… 공익성·사업성 조화 추구"

정영희 기자 2023. 7.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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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동향브리핑 913호'를 발표, 여의도의 정비사업이 규제 중심의 재개발에서 탈피해 시대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새로운 공간수요에 맞는 도시 공간의 탄생을 알리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울시가 현재 13층(1578가구) 규모인 용적률을 상향해 60층(2400가구) 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사진=뉴시스
한국 금융의 1번지로 꼽히는 여의도를 중심에 둔 전반적 개발계획이 올해 잇따라 발표되며 정비사업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추후 한국의 도시계획의 방향이 여의도를 둘러싼 정비사업의 성패에 달릴 수 있다 분석이 나왔다. 여의도를 규제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시 공간 창출의 출발점으로 삼고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적절히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 913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여의도는 서울시 국제경쟁력 제고에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2021년엔 '전세계 톱(TOP)5 글로벌 금융허브 도약을 위한 핵심 지역'으로 꼽힌 바 있다. 지난 3월 발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는 국제디지털금융지구 조성이 발표되는 등 여의도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구상이 제시시됐다. 지난 4월28일에는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이, 한 달 후인 5월25일엔 '여의도 금융지구 지구단위계획'이 각각 공람 절차에 들어가면서 여의도의 새로운 개발 방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의도, 국제경쟁력 갖춘 금융 중심지로 개발


여의도는 2009년 종합금융중심지, 2010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힌국의 핵심 금융 중심지로서 기능한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는 ▲금융 투자여건 조성과 적극적인 금융기능 도입 ▲다양한 도시기능복합화 ▲보행 중심의 도시환경 조성 ▲세계적인 수변 도시경관 창출 등의 목적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이용 현황과 입지 특성을 고려, 지구단위계획구역을 ▲국제금융중심지구 ▲금융업무지원지구 ▲도심기능지원지구 ▲도심주거복합지구의 4가지 구역으로 구획해 각 구역에 적합한 공간계획 방향을 마련하는 한편 건축물의 용적률·높이·용도 등 전체적인 공간을 구상했다.

국제금융중심지구 내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지역을 대상으로는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해 용적률을 1000% 부여했다. 친환경이나 창의·혁신디자인을 적용할 경우 추가로 1200% 이상 완화를 허용했다. 일반상업지역을 유지하는 경우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진흥계획'에 따른 권장업종을 도입하면 최대 1.2배까지 용적률을 완화하기로 했다.

시는 업무·상업·주거 용도 등의 도시기능을 복합화함으로써 일(Work) 주거(Live) 놀이(Play)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클러스터형 도시계획을 지향하고 있다. 금융업무지원지구에 대해선 금융생태계 강화를 위한 중소규모 금융시설, 금융지원시설, 배후 상업공간 등을 확충할 수 있도록 금융시설이나 금융지원시설 용도로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도심기능지원지구는 도심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생활지원기능 육성을 위해 공공·생활편익·주거 등 다양한 입지가 가능하도록 건축물 용도 제한을 최소화했다. 이를 위해 2020년 6월 실효된 학교부지는 제2종 주거지역(7층 이하)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했다. 재건축 등 개발을 추진 중인 4개 아파트 단지가 포함된 도심주거복합지구는 특별계획구역으로지정해 향후 별도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시는 도시경관 향상 측면에서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중심으로 초고층 건축물을 유도하고 입체적인 경관을 형성하기 위해 창의·혁신 디자인을 도입했다. 350m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을 짓도록 했고 높이를 추가로 더 완화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높이규제를 폐지했다.


직주 근접 도심 주거지 조성…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 제공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은 지난해 12월9일 시가 아파트지구를 폐지하고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새롭된 수립됐다. 아파트지구는 서울 인구 급증에 따라 아파트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서 1976년과 1979년에 지정됐다. 2000년대 초반 화곡·잠실·청담도곡·암사명일·반포 등 5개 저밀도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재건축에 대한 정책의 기본 틀이 결정됐다.

그러다 2003년 '국토계획법'에서 삭제되며 시는 이를 '주택법' 부칙 등에 기반해 운영해 오다가 올해 들어 모두 폐지하고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는 과정 중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잔여 아파트지구는 총 가락, 반포, 서빙고 등 총 14개 지구(약 11.2㎢)다.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아파트지구 개발계획에 비해 재건축 시 용적률, 높이, 용도 등의 적용이 보다 유연해질 전망이며 여의도 아파트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향후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이 계획을 토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따르면 여의도 아파트지구 내 12개 단지는 정비사업을 위한 9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용도와 높이규제가 완화된다.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단지는 최고 높이 200m까지 건축이 가능해져 현재 12~13층인 여의도단지들이 60~70층까지 높아질 수 있지만, 한강변 첫 주동은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위해 15∼20층으로 배치돼야 한다.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용도지역은 종상향돼 용적률이 확대된다. 9개 구역 중 1356789구역 등 7개 구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돼 최대 용적률 800%를 적용받는다. 2구역, 4구역은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돼 최대 용적률은 500%까지 오른다.


여의도 개발, 추후 한국의 '정비 가이드라인' 될 수 있어


시는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용도지역 유연화 등 도시계획 규제 혁신을 주요한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도보 30분 이내 권역 내에서 주거·일자리·여가를 모두 향유할 수 있는 '보행 일상권' 개념을 소개했다. 보행 일상권을 구현하는 방안으로 용도지역의 구분을 허무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을 도입함으로써 주거 기능을 중심으로 상업·업무·공공·녹지·관광·공업 등 기능을 통합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건산연은 이러한 상황에서 여의도의 정비가 한국 도시계획의 방향성에 있어 새로운 성공사례가 창출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승우 건산연 연구위원은 "미래 금융 중심의 도시경쟁력 강화에서 여의도가 갖는 역할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며 "IT 기술이나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혁신 등으로 공간 소비 형태가 크게 달라진 요즘 여의도 정비는 규제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고 새로운 공간수요에 맞는 도시 공간을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의도와 용산을 연계한 개발축은 단순한 국지적 재정비 개발사업을 넘어 우리나라 도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시개발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개발 성공을 위해선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큰 구상을 만들고 개발의 틀을 제시하는 것은 공공이지만 실제 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민간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이 연구위원은 "여의도는 개발 수요가 높아 공익성과 사업성의 조화를 추구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리스크가 있는 장기 사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며 "뉴욕의 허드슨 야드나 런던의 도크랜드 등 글로벌 대도시의 대규모 도심 정비개발사업의 사례를 참고해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공공의 의지와 이에 수반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대규모 도심개발에 있어서 민간의 참여와 기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변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을 단순한 사업자가 아니라 함께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부채납, 부담금 등 기존의 공익적 기여에 대한 개념을 확장해 개발의 결과로 달성되는 쾌적성 증진과 일자리 창출, 도시국가 경쟁력 강화 또한 큰 틀의 공공성으로 인정하는 관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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