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본시장 범죄가 남는 장사?… 메이도프가 절실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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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형.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용하는 범죄행위들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친다.
자본시장과 관련한 범죄행위들의 직간접적 해악이 큰 만큼 한국도 범죄 적발 시스템 정비, 처벌 수준 강화, 피해자 보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음에도 겨우 몇 년의 짧은 징역형과 부당이득의 절반도 안 되는 벌금으로 자본시장 범죄는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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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사익에 눈이 먼 불법행위가 판을 치며 마음 놓고 투자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렀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100건이 넘는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 혐의사건이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뿐 드러나지 않은 주식사기 규모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자본시장을 대상으로 하거나 이용하는 범죄행위들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친다. 자본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 추락은 맨 먼저 투자활동을 위축시킨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저해하고 국가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해악을 야기한다. 실제 지난 4월 불거진 주가폭락 사태 이후 5월 코스피·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월(약 26조4000억원) 대비 31.67% 줄어든 점은 이를 방증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경제범죄를 살인만큼이나 엄격히 다루고 있다. 부당이득 전부를 몰수하며 민사제재금도 부과한다. 20년 이상의 징역형도 예삿일이다. 주가조작, 회계부정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이 얼마나 증권범죄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지는 메이도프의 사례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메이도프는 나스닥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금융계 평판을 이용해 매달 10% 이윤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 3만7000여명을 상대로 650억달러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는 당시 70세 고령에도 150년 형을 선고 받으며 결국 감옥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경제범죄는 생명·신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비교할 만큼 중대한 문제라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과 관련한 범죄행위들의 직간접적 해악이 큰 만큼 한국도 범죄 적발 시스템 정비, 처벌 수준 강화, 피해자 보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증권범죄 심각성에 비춰 징벌의 수준이 과하게 낮다는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다.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음에도 겨우 몇 년의 짧은 징역형과 부당이득의 절반도 안 되는 벌금으로 자본시장 범죄는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에 과징금을 최대 2배로 물리는 법안이 3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주가조작 사태 등을 수차례 언급하며 엄벌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왔다. 그의 다짐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증권범죄는 곧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심어질 수 있도록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한국판 메이도프의 사례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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