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비를 머금은 ‘여름꽃’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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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린 지난주 목요일 능소화가 탐스럽게 피어난 서울 성동구 한강 뚝섬공원 산책로를 찾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한강에는 흙탕물이 흘렀지만, 산책로 한쪽 벽면에는 능소화가 빨간 실로 수놓은 병풍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능소화는 6월부터 시작해서 한여름 동안 피는 '여름꽃'이다.
이런 연유로 능소화는 궁궐, 사찰, 양반집에서만 볼 수 있었고, '양반 꽃'이라 불리며 백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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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내린 지난주 목요일 능소화가 탐스럽게 피어난 서울 성동구 한강 뚝섬공원 산책로를 찾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한강에는 흙탕물이 흘렀지만, 산책로 한쪽 벽면에는 능소화가 빨간 실로 수놓은 병풍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꽃이 아름다워 주변으로 퍼져 나가 이제는 가정집 담벼락과 공원의 축벽, 그리고 자동차전용도로의 방음벽에서도 흔히 만나 볼 수 있다.
능소화는 6월부터 시작해서 한여름 동안 피는 ‘여름꽃’이다. 조선시대에는 ‘굳은 기개를 지녔다’고 해서 어사화로 사용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비바람에 흩날려 꽃이 떨어져도 동백꽃처럼 ‘통꽃’으로 떨어져 단호한 선비의 모습으로 비유됐다. 그래서인지 사대부들은 능소화를 입신양명의 상징으로 삼았고 여염집에서는 함부로 키우지 못하게 했다. 만약 이를 어길 땐 곤장까지 쳤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능소화는 궁궐, 사찰, 양반집에서만 볼 수 있었고, ‘양반 꽃’이라 불리며 백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때는 갈고리 모양의 꽃가루가 눈 안으로 들어가면 각막 손상의 위험이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능소화 꽃가루는 실명의 위험과 독성이 없는 걸로 확인이 됐다.
7월에도 지루한 장마가 계속될 전망이다. 꿉꿉하고 무더울 땐 가끔 담벼락이나 축벽을 살펴보자. 비를 머금은 소담스러운 능소화가 반가운 인사를 건넬지 모르니까 말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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