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2961점 가운데 33점만 전시한 이유는… '한국 현대 미술 동시대성 탐험기'전

김민호 2023. 7.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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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현대 미술품 2,961점을 수집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작품들을 선정했고, 국현의 소장품 목록에서는 어떤 경향성이 엿보일까?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전시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가 열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형미 학예연구사는 "한국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놓쳐서는 안 되는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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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동시대성 주목
작가 21명 작품 선정해 전시
박이소의 '베니스비엔날레'.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전시됐던 작품을 올해 다시 제작한 것이다. 국가관 26개를 손가락만 하게 조각해 앙상한 각목 틀에 올린 이 작품은 문화 패권주의에 젖은 베니스비엔날레를 통렬하게 비웃는다. 국가관 조각은 2003년에 제작된 그대로다. 김민호 기자
박이소의 '베니스비엔날레' 출품 작품은 바다를 상징하는 대야에 발을 담그고 있다. 김민호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현대 미술품 2,961점을 수집했다. 이 가운데 엄선한 작품 33점(작가 21명)이 서울 종로구 국현 서울관에 전시되고 있다. 소장품 10점 가운데 1점을 전시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작품들을 선정했고, 국현의 소장품 목록에서는 어떤 경향성이 엿보일까?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는 전시 ‘백 투 더 퓨처: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 탐험기’가 열리고 있다.

국현은 매년 시기와 장르(분야), 주제별로 작품을 수집한다. 수집 경로는 다양하다. 국현에서 개최한 전시에 선보인 작품을 사들이기도 하고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미술품 경매나 기증도 주요 수집 경로다. 수집은 특별한 의미 부여 없이는 '모으기'에 불과하다. 국현이 어렵게 모은 수천 점의 소장품 분석에 나선 이유다. 분석 결과 국현은 “‘1990년대 시대전환기를 예술적 토양으로 삼아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양상을 드러낸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수집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전시가 기획된 지점이다.

전시의 열쇳말은 ‘동시대성’이다. 동시대성은 ‘이 시대 미술의 성향’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특정 시기의 미술이 보여주는 어떤 태도나 가치판단의 성향을 의미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동시대성은 대개 1910년대(근대), 1950년대(한국전쟁 이후), 1990년대(냉전 이후)로 나뉜다. 이번 전시는 1990년에 집중됐다. 공성훈, 김범, 유비호 등 이번 전시에 작품이 전시된 작가들의 출생연도는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에 집중돼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형미 학예연구사는 “한국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하는, 놓쳐서는 안 되는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공성훈 작가의 연작 '벽제의 밤' 가운데 일부. 공 작가는 1990년대 후반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으로 이사하면서 주변에서 목격한 일상의 풍경을 화폭으로 옮기는 '벽제의 밤' 연작을 시작했다. 김민호 기자
이용백 작가의 '기화되는 것들(포스트 아이엠에프)' 영상(1999~2000년). 정장을 입은 작가가 산소 호흡기를 장착하고 힘겹게 물속을 걷는 작품에서 IMF 이후의 한국 현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드러난다. 김민호 기자

이 작가들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는 한편, 세계화 그리고 영상문화의 부흥이 맞물린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이다. 국제질서뿐만 아니라 사상과 사고가 양극이 아닌 다양한 축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기다. 그래서 이 시기 작품을 어떤 특정 사조로 단순히 요약하기 어렵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장르, 주제 등 모든 면에서 다양하게 분화하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국내 개념미술 1세대 작가로 꼽히는 박이소(1957~2004)의 작품 ‘무제’(1994년)가 대표적이다. 전시장 구석에 검은 액체에 뭔가가 푹 담긴 기다랗고 투명한 통이 놓여있다. 벽에 붙은 설명을 읽고 나면 그 정체가 간장과 야구방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간장과 야구방망이는 각각 한국과 미국을 암시한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 나아가 서로 다른 두 문화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의도를 알수록 재미있는 작품이다. 전시장에서는 박이소가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해 제작한 ‘베니스비엔날레’(2003, 2023년)도 만날 수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물이 담긴 대야 위에 앙상한 각목 틀을 설치하고 그 위에 국가관 건물 26개를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로 줄여서 올려놓았다. 문화 패권주의에 젖은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제도를 비꼬는 작품이다.

박이소의 '무제'(1994년)는 야구방망이를 간장에 절여놓은 개념미술 작품이다. 김민호 기자
박이소의 '무제'(1994년)는 야구방망이를 간장에 절여놓은 개념미술 작품이다. 김민호 기자
김두진의 '모세, 죽어가는 노예, 승리'(2016~2017년)는 미켈란젤로의 조각 중 '모세' '죽어가는 노예' '승리'의 이미지를 차용해 만든 디지털 회화다. 3D 모델링 기법으로 초식동물의 뼈를 수없이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미켈란젤로의 조각은 성경과 신화 속 대상의 영원성을 담아내는 반면, 김두진의 디지털 페인팅은 죽음을 더욱 강렬하게 대면하도록 관람객을 이끈다. 죽음과 소멸을 연상케 하는 무수한 뼈들은 아름다운 인물상에 대한 이미지, 백인, 남성 예술가의 권력 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김민호 기자

1990년대는 국내에 케이블TV나 위성TV를 통해서 MTV 등 외국 영상매체가 물밀듯 밀려들어온 시기다. 국내 미술계 역시 이 영향으로 싱글 채널 비디오(화면 하나를 이용한 영상물) 작품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전시장에서는 유비호(53)나 김범(60)의 초기 영상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내년 5월 26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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