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로 징역 산 경험 소설로 낸 작가…"자살 인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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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그냥 돈벌이로만 생각했어요. 구속되고 투약자들과 생활하면서 내가 정말 몹쓸 짓을 했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제가 한 일을 글로 쓰기 시작했고, 소설로 내게 됐어요. 팔아서도, (투약)해서도 안 된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마약을 밀수하고 판매한 과정과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후 재판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한 시간까지를 고스란히 소설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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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 및 판매로 징역 산 경험 담아
"실태 알려, 한 명이라도 유혹 떨치길"
"마약을 그냥 돈벌이로만 생각했어요. 구속되고 투약자들과 생활하면서 내가 정말 몹쓸 짓을 했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제가 한 일을 글로 쓰기 시작했고, 소설로 내게 됐어요. 팔아서도, (투약)해서도 안 된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신간 소설 '1그램의 무게'는 10억 원을 벌자는 친구를 따라 캄보디아에 간 30대 남자가 마약 밀수·판매의 길로 타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약 1년 만에 체포돼 4년간 징역살이를 하면서 마약 투약자들을 실제 만나고서야 그는 뒤늦게 알게 된다. 자신이 판매한 것이 얼마나 지독한 물건인가를. 모두 저자인 임제훈(37)씨가 경험한 일들이다. 마약을 밀수하고 판매한 과정과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후 재판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한 시간까지를 고스란히 소설로 그려냈다. 이 소설은 참회의 글이자 사회악에 대한 고발장이다.
임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교도소에서 막연하게 겪은 것을 잊지 않으려 일기 쓰듯 글을 썼는데 출소 1년 전쯤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마약 범죄를 저지른 자신이 그 끔찍한 실태를 직접 전하면 조금이나마 퇴치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다. 2022년 출소 후 출판사 10여 곳의 문을 두드려 한 곳(북레시피)에서 답을 받았다. 전문 작가의 글이 아니지만 안정적 플롯과 탄탄한 서사구조, 세밀한 심리묘사를 출판사 측은 높게 평가했다.
임씨는 자신이 직접 마약을 투약하지는 않았지만 '던지기' 수법(접촉하지 않은 채 마약거래를 하는 행위)으로 마약을 팔았던 자신을 '자살인도자'라고 칭한다. 마약 환각 상태에서 투신한 지인을 보고도 마약을 끊지 못한 사람,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봐 겁이 나 자수해 놓고도 출소 후에는 마약에 손을 또 댈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등을 수감생활을 하며 만났다. 그제야 '마약 밀수꾼' 정도로는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를 설명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마약의 유혹이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 마약을 사던 사람들은 특별할 것 없는 직장인이고 학생이었다. 작가 자신도 범죄자로 전락하기 전에는 태권도를 했고 경찰경호학과에도 진학하며 평범한 삶을 꿈꿨던 청춘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했다. 소설의 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변인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범죄자가 책으로 돈벌이한다'는 식의 비난은 각오했다.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것을 알기에 비판은 감내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투박한 이 소설을 통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마약은 진짜로 팔아서는 안 될 물건이고 (투약은) 절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유혹이 가까이 왔다면 꼭 다시 생각해 보세요. 책을 읽고 한 명이라도 그 유혹을 떨칠 수 있길 바랍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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